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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자캐

[자캐 - 샤른호르스트 / 엘레멘트] black le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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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 형. 만약에 말이야..."

"?"

"만약에 내가, 그 부대의 부대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겠군요. 확실한 건, 그닥 활동적인 부대원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도..."

"대충 어떤 느낌일지 파악이 됩니다만, 당신도 그럴까요."

"응... 아마도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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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네, 대장님."

"도대체 당신같은 분이 왜 이 부대로 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그런 허접한 실력으로 있을 거면, 차라리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꺼낼 시간에 노력을 했으면, 이런 소리를 들을 일이 없었겠죠."

"..."

"이 이후로 또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그 땐 아마 어떻게 될 지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무서워..."

"그렇게 될 일은 없으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막 상상이 된단 말이야..."

"정말, 겁 하나는 여전히 많으시군요."

"이 정도면 많이 줄어든 건데..."

"...뭐, 한 번에 바로 바뀌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말입니다."


샤른을 샤른 형이라고 부르게 된 이후로, 주로 정보를 찾아서 서류로 작성하는 일을 맡게 된 것 같다. 마론별에 있었던 시절부터 나는 정보를 찾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여기선 사실상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거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샤른 형과 종종 이야기하기도 하고, 샤른 형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러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샤른 형을 만나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되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위에서 상상으로 말했던 저런 상황이 분명히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이 부대에 속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굳이 부대가 아니더라도 다른 상황에서 다른 대화로 바꾼다고 해도 저 모습은 똑같았을 것이다.

정말 여러가지 방면에서, 내가 샤른 형을 돕는 것보다 샤른 형이 나를 도와주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서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미안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 도움을 받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미안함에 대한 사과가 아닐까.


"샤른 형."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시는지."

"...항상 고맙다구..."

"뭐... 저는 그저 조언을 할 뿐, 바뀌는 건 당신의 의지입니다."

"샤른 형이 있기에, 내가 더욱 더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언제 들어도 그 형이란 건 참 어색하군요."

"그럼 계속 형이라고 해야지..."

"..."


형이라는 호칭을 부를 때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안심이 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나와 계속 함께해주며 조언을 해 주고 잔소리를 해 주는 그런 존재가 있어서 내가 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그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고 해서 든든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잘 맞고 (사실 아직까지 마음이 잘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나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으니까...) 서로를 위해 믿음을 가지는 그런 것이 든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덩치 크고 힘 좋으면 더욱 더 금상첨화인 것이고...


"근데 정말 만약에 내가 샤른 형이랑 아무런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이 부대로 왔었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그런 소리 하지 마십쇼."

"음, 어... 미안..."

"아마 오게 되면... 제정신으로 지내긴 힘들었을 것 같군요."

"...그렇...겠지...?"

"그렇다고 너무 풀죽지 마십쇼. 지금은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다 샤른 형 덕분이라니깐..."

"...끼긱-."


...그러다 문득 여기도 일단은 부대 안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부대에서는, 부대에 맞는 행동을 취해야겠지? 그런데, 내가 그런 행동을 어떻게 알겠어... 그래서 대충이나마 새로운 느낌이 들 것 같은 자세를 취해보기로 했다. 뭐, 형은 그런 모습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샤른 형."


형이 고개를 내 쪽으로 살짝 돌렸을 때,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그 주먹을 가슴 부위 쪽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 뒤에 댄 뒤, 한쪽 무릎을 꿇는다. 뭐랄까,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웨이터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그런 건 그 당시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날 이해해줘서 고맙고, 나에게 조금씩 용기를 주게 해 줘서 고마워... 형이면서 동시에..."

"...동시에?"

"나의... 위대하고 영원한 대장님."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 형은 끼긱- 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 당시의 내가 매우 진지했기 때문에 웃었는지 아닌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일종의... 맹세같은 것일지도..."

"당신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그럴려나? 열심히 노력할게!"


예전처럼, 다시 활발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