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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을 그런 외딴 곳에 와버렸다.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이 주변을 조금 둘러보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모르잖아? 나중에 전투를 벌이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하게 될지? 그러면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나에게 이득일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계속 외딴 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어째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조금씩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어서 밖으로 나갈까- 생각했지만, 뭐- 아무도 없을테니 그냥 끝까지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어느 정도 들어갔을까, 무언가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헤- 설마 이런 곳에 누가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깊게 들어가려는 순간, 칼이 내 목 앞에 멈춰섰다. 그대로 굳어버린 채 가만히 있는데, 내 앞에 칼을 대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굉장히 냉정함이 가득한 목소리... 일단은 말로 풀자- 라는 생각에 조금은 벌벌 떨며 말을 꺼낸다.
"ㄴ, 나는 죽이러 온 게 아니야...! 그냥 호기심 삼아 온 거라고..."
"...쓸데없는 호기심은 가지지 않는 게 좋다."
"그래도 오고 싶은 걸 어떻게 하라구-..."
"긴 말 필요없고, 정체를 밝혀라."
"내 정체로 말할 것 같으면... 메카케론 에타, 디블...!"
그러자 내 말을 들은 내 앞의 누군가는 칼을 거둬들이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저앉는 소리를 듣자하니 그냥 앉고 싶어서 앉은 게 아니고 굉장히 힘든 상태라서 어쩔 수 없이 앉을 수 밖에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
"..."
"그 쪽은... 정체가 뭐야...?"
"...메카케론 입실론."
"입실론... 처음 듣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난 주로 단독임무를 맡아서 하니까."
단독임무를 맡는 메카케론이 있구나... 이 곳에서 이 녀석의 말을 듣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위험할텐데... 괜찮은 걸까?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아...?"
"스텔스용으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여기에는 왜 있는 거야...?"
"...그건..."
입실론은 조금 말을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질러서는 안 될 실수를 해 버려서."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 실수로 인해 엄청난 적들과 싸워야 했지..."
"많이 지친 것 같은데... 괜찮아...?"
"...신경 꺼..."
녀석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가까이 다가가 나의 에너지를 입실론에게 살짝 건네주는 자세를 취한다. 입실론을 향해 손을 뻗어보이자, 곧 푸른 에너지가 모여 입실론의 몸 안으로 흡수되는 모습이 보인다. 입실론은 그런 모습을 보며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네 녀석은... 대체..."
"나는, 공격보다는 수비를 위주로 맡고 있는 메카케론이거든. 그래서, 치료도 나름대로 가능하달까-♪"
"도움같은 건...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해? 언제까지 지친 상태로 있을 수만은 없잖아."
"...그렇겠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지금 이제 막 에너지가 몸에 퍼지고 있는 중이니까!"
"...고맙다. 디블이라고 했던가?"
"응! 그쪽은, 입실론이라고 했지?"
"...그렇다."
"일단은 여기서 나가는 게 어떨까? 제대로 치료하려면 밝은 곳에서 해야 될 것 같아."
"아직... 움직이기가 힘들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말을 끝내곤 입실론을 자신의 등에 업힌 채 빛이 잘 드는 곳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입실론은 조금 당황스러운 듯한 모습이지만, 지금 너무 지쳐있는 탓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어보였다.
밝은 곳으로 나온 뒤, 조금 더 상태를 확인한 뒤 자신의 에너지를 또다시 입실론에게 주입하기 시작한다. 에너지가 전달되는 모습을 보며 입실론은 계속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날 이렇게 도와주는 거지?"
"아프거나 지쳐있는 녀석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그건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니까."
"..."
"단독활동 메카케론이든, 스텔스용 메카케론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누군가를 치료해야 될 상황이라면, 기꺼이 내가 나설 거야."
"수비 위주 메카케론다운 발언이군..."
"공격이 있으면, 당연히 수비도 있어야 되는 법이니까!"
"솔직히 난 혼자서 임무를 맡았기에, 잘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치료받지 않았으면 영영 거기에 쓰러져 있어야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그건, 맞는 말이지."
"앞으로 지쳐 쓰러질 일이 있으면 이 몸을 부르라구. 언제, 어디에 있든 이 몸이 날아갈 테니까."
"고맙다, 디블..."
"입실론의 원활한 임무를 위해-♪"
나의 응원을 들은 입실론은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런 모습을 대놓고 표출하지는 않았기에 어떻게든 숨기려고 해서 제대로 파악하기엔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러곤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임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
"언제든 환영이지-♪"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나?"
"엄청!"
"...재미있는 녀석이군. 알아봤자 재미는 없을텐데."
"재미없어도 괜찮아! 그저 입실론에 대해 알아가고 싶을 뿐이니까!"
싱긋 웃으며 입실론의 얼굴을 바라본다. 지금 보니까, 이 몸처럼 역안이었다! 비록 이 몸은 한 쪽만 역안이긴 해도, 일단은 둘 다 역안이라는 게 반가웠다.
"입실론도 역안이구나? 왠지 반가운걸-♪"
"...그 쪽은, 일부만 역안이군."
"그래서 오히려 남들의 주목을 더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뭐... 이번 치료는... 고마웠다."
"항상 치료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구-♪"
"오늘은... 같이 돌아가겠나?"
"좋아! 길은 내가 안내할게."
겉으로는 냉정하고, 약간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녀석이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땐 살짝 긍정적이고 밝아지는 것 같은 그런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실론이라- 많이 알아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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