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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크림슨 / 옵시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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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


조금 거리를 둔 곳에서도 보이는, 크림슨의 모습. 그런데 오늘따라 크림슨의 기분이 영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싶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는데 손에 무언가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림슨!"

"...아, 네 녀석..."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기분이 묘한 상태야?"

"...별 건 아니지만."

"뭔데뭔데-?"


조금 더 다가가 앞쪽에서 보았는데, 손에 크림슨의 가면같은 것이 잡혀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가면의 상태가... 아무래도 사용하긴 좀 힘들 듯.


"...? 상태가 왜 그래?"

"뭐... 그냥 그런저런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귀찮은 일이었을 것 같네. 가면의 상태를 보니..."

"...하, 귀찮게 하는 녀석들..."

"으-음..."


사실 이 몸은 크림슨의 가면을 벗은 모습이 좋긴 하지만, 크림슨 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어떤 그런 무언가가 있으니까 가면을 쓰는 것일테니, 가면이 없으면 상당히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크림슨이 가면을 벗은 적이 거의 없으니 주변에서 가면 벗은 크림슨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뭐, 이 몸이 알아야 될 것까진 없어 보이니...


일단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아무리 크림슨이 이 몸을 그냥 관찰하려고 같이 지내는 것이라고는 해도 이 몸이 크림슨에게 무언가 직접적으로 챙겨준 게 없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크림슨에게 챙겨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크림슨!"

"...왜?"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그래. 어차피 어디 가지도 않을 테니."

"꼭 여기서 기다려야 된다!"


그러곤 날개를 활짝 펴고 이 몸이 항상 무언가 호기심이 발동될 때면 오는 장소에 도착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그러는 것도 은근히 재밌고 그래서, 이렇게 잔뜩 도구를 준비해 놓고 '이 몸이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판단이 되는 것에 한정해서 직접 만들어보고는 했으니까.

크림슨의 가면 정도면... 아마 이 몸의 실력으로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오긴 했는데 역시 꽤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크림슨의 가면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 어떨 땐 우연히 직접 만져보기도 했으니.


음, 어디... 대략 이 정도면... 항상 보던 크림슨의 가면 느낌은 잔뜩 풍긴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크림슨에게 다가가 가면을 슬쩍 내민다.


"...!"

"헤헷-♪"

"네가 직접 만든거냐?"

"물론이지! 이렇게 직접 만드는 것도 나름 좋아하거든!"

"...네 녀석은, 볼 때마다 정말 알 수 없는 요소들이 막 드러나는군."

"누구나 다 오래 보는 게 좋지. 그 녀석의 잠재력을 누가 알겠어?"

"...흐음."

"사실 이 몸은 크림슨의 지금 얼굴이 더 좋은데-♪"

"내 얼굴의 어디가 좋다고."

"흉터같은 게 그렇게 멋있게 생긴다는 법도 없잖아! 크림슨 정도면 엄청 멋있게 생긴거지!"

"..."

"항상 이 몸이 옆에서 크림슨을 살펴볼 테니까, 너무 걱정 말라구-♪ 가면이 또 망가져도, 이 몸이 또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은 듬직하게 잘 하는군."

"진심이라구!"


크림슨은 이 몸이 만든 가면을 받아들더니, 나름대로 조금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사실 크림슨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가면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른 존재가 자신을 위해 챙겨준다는 것이 본인에게 나름 재미있는 요소로 인식되어서 그런걸까?


"역시 크림슨은 웃으니까 더 멋있어-♪"

"...풋, 너는 뭐든 좋다고 하지."

"당연히 크림슨이랑 같이 있으면 뭐든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래. 이렇게 있으니 널 지켜보는 맛이 좀 나는구나."

"아직 이 몸의 잠재력은 한참 남아있다구-♪"


잠재력이란 말을 듣곤 다시 한 번 크림슨은 피식 웃어보였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 전부터 크림슨은 그런 목적으로 이 몸을 관찰하고 있었겠지만, 그걸 관찰자의 입장에서 듣게 되니 조금은 재밌게 느껴지나보다. 뭐, 이 몸은 상관없지만-♪


"그래, 어디... 더 지켜볼까."

"어떨 땐 그래도 지켜보기만 하지 말고, 이 몸이 하는 거에 좀 반응도 해 주고 그래달라구-"

"...뭐, 네가 항상 말하는 '친구' 같은 그런 느낌처럼?"

"응!"

"...노력은 해 보겠다만."

"가면 쓰고는 잘 하면서-♪"

"...후후."


뭐랄까, 크림슨이 없으면 이 몸, 굉장히 심심할지도 모른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