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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크림슨 / 옵시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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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어? 크림슨이 여긴 무슨 일이야?"

"아하하... 그냥 시간이 좀 남아서 왔는데, 도련님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헤- 그래? 기껏 왔는데, 같이 있다가 가는 게 어때?"

"제가 도련님 시간 방해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아냐아냐- 이 몸은 괜찮아!"


혼자서 느긋하게 멍때리고 있었는데, 크림슨이 왔다. 사실 여긴 이 몸만 아는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가보네. 아쉽다- 이 몸만의 조용한 장소가 될 수 있었는데!


그나저나 크림슨을 계속 보고 있는데 이 몸을 바라보곤 다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아무래도 이 몸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나본데, 이 몸이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못 거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몸이 먼저 물어보기로 했지.


"크림슨- 혹시 이 몸한테 궁금한 거라도 있어?"

"아, 아뇨... 음... 사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럼 이참에 물어보는 게 좋을걸. 지금 아니면 시간 없어-♪"

"어떤 질문이든 상관없습니까?"

"물론!"

"그게 도련님의 애인인 박쥐 도련님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인데도요?"

"일단 들어보고 생각해 봐야 될 일일지도 모르잖아?"

"흠- 그렇다면..."


크림슨은 잠시 헛기침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곤 다시 이 몸을 바라보곤 조금씩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처음 보았을 때? 흐음-"

"솔직하게 말하시면 됩니다. 저도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니..."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가면 쓰고 다니는 녀석들은 멋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구나...」 라는 생각."

"...진짜입니까?"

"응. 그리고 가면 쓰고 다니는 녀석들은 가면을 벗어도 멋있더라? 비겁하게-"

"으음..."

"그런데 갑자기 이 질문은 왜?"

"사실 저에 대해 도련님은 이미 거의 다 알고 계셨을 텐데,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계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점?"


진심으로 모르겠다. 이 몸은 그냥 크림슨이 멋있어서 친구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지냈는데, 또다른 무언가가 있는건가?


"사실 저는 도련님이 강하다는 걸 알고 그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이런 관계였던 겁니다."

"헤에?"

"혹시라도 나중에 도련님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이 몸을 이용하겠다?"

"도련님이라면 분명 무엇이든지 다 받아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니까요."

"뭐-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네. 그런데 말이야-"


크림슨을 향해 씨익 웃어보이곤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이 몸은 그런 거에 정말 신경 안 쓰거든. 그리고 반대로 크림슨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걸."

"어떤 생각 말입니까?"

"이 몸이 반대로 크림슨을 역이용할 수도 있잖아?"

"...그럴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만..."

"뭐... 진짜로 이 몸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냥, 이 몸 말고도 다른 녀석들도 많을 거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도련님만큼 눈에 띄는 존재는 별로 없어서 말입니다-"

"헤- 하긴, 이 몸같은 녀석 찾기 힘들지."


크림슨은 다시 이 몸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아까 애매하게 끝냈던 말에 대해 다시 이어가는 듯 보였다.


"사실 예전에 제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지금 도련님의 애인인 그 박쥐 도련님이랑 꽤 관련이 깊답니다."

"플루토? 왜!?"


순간적으로 언성이 좀 높아졌다. 크림슨도 조금 놀란 것 같지만 둘 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박쥐 도련님을 연구하던 쪽에서, 박쥐 도련님을 잡아오면 두둑한 보상을 해 주겠다- 라고 그랬거든요."

"흐음... 그렇게나 중요했던 건가?"

"거기까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전 그냥 잡아다 주면 끝인 일이니까요-"

"그 당시엔 거의 못 만나긴 했었지만, 만약에 만났으면 엄청 당황했겠다. 그치?"

"사실 제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고 말이죠."

"그랬구나- 그래서 지금은?"

"뭐- 없는 일 취급했죠. 보상이야 뭐, 도련님이 주시는 것들만 해도 엄청난 값어치가 되는지라-"

"헤헤- 그만큼 이 몸이 희귀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나름대로 뿌듯함이 느껴졌다. 뭐랄까, 그냥 초면인 녀석한테 주면 당연히 아깝지만, 크림슨이나 플루토같은 이 몸과 관련이 되어 있고 나름대로 이야기도 주고받은 녀석에게 주는 건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말이지.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하핫."

"사실 이 몸이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긴 했어- 헤헷."

"확실히 도련님은... 친해지고 싶으면 어떻게든 달려드시는 것 같더군요."

"일단 이 몸의 마음에 들면 달려들고 보는 타입이거든."

"그게 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뭐, 고맙습니다."

"에- 갑자기 고맙다고 하니 부끄럽잖아-♪"

"덕분이라고 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도련님을 만나게 된 이후로 가면을 벗게 되는 일도 많아지고 말이죠."

"가면 벗은 모습도 멋있는데-"

"뭐- 도련님도 아시다시피 그렇고 그런 사정이 있는 관계로- 도련님에게만 특별히 보여드리고 있는 거랍니다-"


오늘따라 유독 크림슨의 가면이 웃는 게 더 즐거워보인다. 항상 저렇게 크림슨이 웃고 다닌다면, 이 몸은 정말로 행복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