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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플루토 / 옵시디언] 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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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새..."

"응? 왜?"

"옷... 어색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시원하고 좋지 않아? 헤헤-♪"

"시원...하다."


말을 조금 늘어뜨리는 걸 봐선 「시원하긴 한데 이런 걸 입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 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렇게 상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이 몸은 전부 다 알아들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아, 어떤 옷을 입었길래 플루토가 어색해하냐고 묻는다면, 수영복이다. 날씨도 더운데, 뭐랄까- 어떤 옷이 가장 지금 날씨에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에 대한 해답이 수영복이었다. 마침 이 몸이 생각해 두고 있던 게 있었기에, 그 옷을 이 몸과 플루토에게 하나씩 건네주고 입은 것이었다.

사실 의외로 이 몸도 그렇고, 플루토도 그렇고 옷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저 플루토가 이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색해할 뿐. 편한 건 플루토 본인도 인정하는 모양이다. 물론 말을 안 할 뿐.


"혹시 나중에 옷이라던가 플루토가 원하는 게 있으면 이 몸에게 말해 달라구- 언제든 챙겨 줄 테니까!"

"검은새가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수영복을 아무데서나 입었을 리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데, 막상 플루토는 바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 몸도 지금의 이 모습이 아니었다면 아마 조금은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팔이 날개가 아니라 일반적인 녀석들의 그런 팔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가만히 있긴 심심하니까, 플루토를 향해 바닷물을 조금 튀긴다. 플루토는 바닷물을 피하려고 사방팔방 바쁘게 뛰어다니고, 이 몸은 그런 모습을 보며 물 튀기는 방향을 사방팔방 바꾸고... 바쁘고 바쁜 그런 얽힌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물을 잔뜩 뒤집어쓴 플루토는 마치 강아지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물기를 털어내는 자세를 취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지금 인간의 모습이라곤 해도 자신의 본능은 떨쳐낼 수 없는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의외로 저런 방식으로 물을 털어도 플루토는 효과가 꽤 있다는 것도 놀랍긴 하지만.


"축축하다-..."

"물이 마르면 괜찮아질거야-♪"

"플루토 혼자서만 당할 순 없다...!"

"응? 그게 무슨 소ㄹ..."


그 말을 하더니 플루토가 갑자기 바다 쪽으로 가더니 이 몸에게 물을 잔뜩 튀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복수인지, 아니면 역공인지, 또 아니면 공수교대인지... 뭐, 각각이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일단 이 몸은 그냥 서로 공수교대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느긋하지가 않다. 플루토가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이 몸에게 튀기고 있는지라 자칫하면 정말 물폭탄을 여러 번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최대한 물을 안 맞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행히 노력의 결실이 있었는지 플루토가 젖은 만큼만 젖었다.


"이 몸은 그렇게 많이 안 뿌렸는데...!"

"검은새도 즐기게 하고 싶었다-♪"

"하긴, 덕분에 재밌긴 했어-♪"


그렇게 물을 튀긴 플루토는 또다시 강아지처럼 그렇게 물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저 행동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다기보단 「저렇게 물 털면 안 어지럽나...?」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드는데, 저런 행동을 취한 뒤 플루토의 행동에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면 알아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건가- 싶기도 하더라...


계속 열심히 놀다보니, 굉장히 배고파졌다. 잠시 근처에 앉아서 플루토와 함께 먹을거리들을 같이 먹는다. 뭐랄까, 최근에 엘리시온이 「플루토=육포」 라는 공식이 있는 거 아니냐고, 플루토만 보면 육포부터 생각나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음, 생각해보니 정말 육포만 준 것 같네...

그래서 이번엔 정-말 다양하게 먹을거리들을 준비했다. 물론 이 중에서 육포가 있긴 한데, 다른 것도 있으니 플루토가 먹고 싶은 대로 알아서 먹으라고 전부 펼쳐 놓는다.


"플루토 주다?"

"물론이지-♪ 플루토가 먹고 싶은 만큼 먹어!"

"검은새 최고다-♪"

"이게 다 플루토 덕분인거지, 뭐- 헤헷."


그렇게 먹을 것들도 잔뜩 먹었고, 나름 이런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카메라같은 건 당연히 이 몸이 여러가지를 돌아 다니면서 여러 개를 어떻게 얻어내긴 했었기에 그저 찍기만 하면 된다. 

받침대를 대충 앞쪽에 놓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는데, 플루토가 이 물건을 보며 굉장히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이런 물건들을 본 적이 없었나보다. 아니, 애초에 보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이건 무엇이다?"

"아, 그건 플루토와 이 몸의 모습을 남겨둘 수 있는 기계야-♪"

"어떻게 남긴다...?"

"직접 보여줄 테니, 이리로 와 보라구-♪"


플루토와 함께 조금 거리를 두고 렌즈가 보이는 곳을 향해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다. 나름대로 브이- 자세와 싱긋 웃는 모습을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플루토는 이런 게 처음이라 그런지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상하다..."

"원래 처음엔 '이런 걸 왜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라서 그래-"

"어색하다..."

"그래도 한 번만 찍자구-♪"


이 몸이 대략적으로 자세를 보여주자, 플루토도 어떻게 따라하긴 하는데 그 와중에 귀가 살짝 늘어뜨려져 있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항상 쫑긋 세우고 있는 귀였는데, 아무래도 어색한 자세를 취해야 되서 그런지 조금 묘한 기분의 상태라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나온 모습을 플루토에게 보여준다. 플루토는 그 사진을 보며 사진의 자기 자신을 만져보는 등 정말 처음 보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행동들을 했다.


"검은새가 여기에도 있다..."

"이게 이 몸과 플루토의 모습을 남겨둔 일종의 기록같은 거야-♪"

"기록..."

"이 몸이 바빠서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이걸 보고 있으면 그나마 조금은 덜 심심하지 않을까?"

"검은새가 와야 한다."

"뭐- 이 몸도 항상 플루토 곁에 있고 싶지만, 바쁜 건 어쩔 수 없더라구..."

"다음에 꼭 플루토와 함께 있다...!"

"일 다 처리하면 항상 곁에 있어줄게-♪"


언제나 이 몸과 플루토는 함께 있을 거라는, 사진으로 남겨진 기억이면서도 추억이고 증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