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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커뮤

[자캐 - 크림슨 / 옵시디언 / ??? & ???] The blue birds





"오랜만이야!"

"아, 도련님 아니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물론이지. 날씨도 추운데, 건강 조심하구-♪"

"제 걱정보단 도련님 건강이나 먼저 걱정하시죠- 하핫."

"이 몸이 아픈 거 본 적이나 있냐- 헤헤."


오랜만에 얼굴 좀 보러 왔는데, 플루토가 안 보이네. 혼자서 어딜 갈 녀석은 절대 아닌데- 흐음...


"플루토는?"

"아- 박쥐 도련님은 지금 피곤해서 잠들어 있습니다."

"그래? 잠들어있는 걸 억지로 깨우긴 싫으니까- 그리고 뭐, 플루토는 항상 이 몸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지-♪"

"하핫, 마음씨가 좋으신 건지, 그냥 귀찮아하시는 건지-♪"

"애인을 귀찮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거지!"


그렇게 잠들어있는 플루토의 곁에 있으면서 크림슨과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몸이 없었을 때 플루토와 크림슨은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이 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런 다양한 일들 말이다.

그러다 문득 크림슨이 궁금한 게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도련님은 처음부터 박쥐 도련님같은 분을 좋아하셨습니까?"

"음- 갑자기 그건 왜?"

"솔직히 박쥐 도련님같은 분을 항상 챙기긴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죠."

"하긴, 다른 녀석들이었다면 플루토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겠지. 일단 플루토가 경계심이 많기도 했고..."

"어떤 계기같은 게 있나요?"

"계기-라... 아, 과거에 만난 친구들 덕분에 조금 그런 마음을 가진 것도 없진 않겠다."

"도련님이 신뢰했던 다른 도련님- 말씀이실까요."

"나름 그렇지."




예전에도 종종 말했던 일이긴 하지만, 과거에는 이 몸의 성격이 너무 소극적인지라 괴롭힘을 당하기 좋은 녀석으로 다른 녀석들에게 낙인이 찍히곤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좀 많았지.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마주친 두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거든. 정확히는... 그 때 워낙 생각이 많은 상태여서 앞을 제대로 안 본 상태에서 부딪혀버린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도 가끔씩 만날 일이 생기게 되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해.


"...아,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그나저나, 너..."

"...ㄴ, 네...?"

"고민이 많아 보이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아니예요... 아무 일도 없는걸요..."

"거짓말. 겉으로만 봐도 다 보인다고."

"에, 에에... 눈 계속 감고 계시는데요...?"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야. 눈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는 거지."

"...그런 게 가능해요?"

"당연하지. 어렵지 않아."

"...으음..."

"우리에게 말해보는 게 어떠니? 어떤 일이 있는지..."

"그게..."


그 당시에 겪었던 괴롭힘같은... 그런 것들을 전부 이 두 녀석에게 털어놓았었지. 그 때 이 몸이 털어놓았던 고민을 듣곤 둘 다 이 몸을 토닥여주면서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달래주기도 했었어.


"그 녀석들이 나쁜거지, 네가 잘못한 건 아니네."

"...네, 뭐... 그렇죠..."

"마음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으니 조금은 편해요."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우리들을 찾아와도 돼. 그리고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풀릴테니..."

"정말... 그래도 될까요...?"

"당연한 소리. 언제든 오라고. 의외로 우리들, 많이 심심하거든."

"...너..."

"고마워요...!"


아마 그 당시에 정말 그렇게 크게 미소지었던 적이 몇 번 없었는데, 그 희귀한 모습을 보였던 날 중 하나가 저 날이었어. 이 몸이 크게 미소지으니까 그 두 녀석도 같이 싱긋 웃어보이더라고. 그래서 은근 기분이 좋았지.


"아, 그나저나 제 소개가 좀 늦었네요. 옵시디언이라고 해요...!"

"난 아르카!"

"이 쪽은 큐리오."

"처음에 부딪힌 건 아직도 정말 죄송하고... 그리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한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

"나중에 너도 이렇게 다른 녀석을 도와주는 그런 녀석이 되라구."

"...네! 꼭 그렇게 될게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답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확실히 그 이후로, 조금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한 것도 없진 않았던 것 같아.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던 내가 조금씩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던 시기도 아마 그 때부터였을 테고.


"이참에 만난 거, 우리랑 같이 지낼래?"

"엣, 정말 그래도 되는 거예요...?"

"안 될 건 없으니까."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잘 지내 보자꾸나."

"누가 널 괴롭히면, 우리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말이야."

"정말 고마워요...!"



"흠, 여러모로 도련님도 참 스펙타클한 인생을 살아오셨네요?"

"정말 스펙타클하지-"

"그 때의 일이 지금의 도련님을 만드신 것이기도 하겠고 말이죠."

"만약 그 때 그 두 녀석이 없었다면, 지금의 플루토도 이 몸 곁에 없었겠지."

"저도 없었을 거구요."

"항상 이 몸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그런 무례한 녀석이 되었을지도 몰라."

"...그럴까요?"

"남들에게 다가가봤자 도움이 될 게 없다는 마음이 있었을 테니까."

"음... 그럴싸하긴 하군요."

"사실 지금도 플루토와 크림슨에게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하핫, 그렇습니까?"

"이 몸 곁에 계속 있어주는 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싱긋 웃으며 크림슨에게 슬쩍 다가가 어깨에 날개를 올린다. 그러자 크림슨도 같이 받아주는 식으로 이 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항상 고맙고, 그리고 이 몸이 없을 때 우리 플루토를 지켜줘서 늘 신세 많이 진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그러니까 자주 좀 놀러오시죠-? 하핫."

"이제 자주 놀러올게! 워낙 이 몸이 바쁜 거, 이해해 달라구-♪"


싱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