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몸 상태가 영 별로다. 그럴만도 한 게, 어쩌다보니 싸움에 휘말려서 꽤나 상처가 심하게 생겨서. 1:1이었으면 좋겠지만 1:n이었던 상황인지라 상처가 꽤나 많이 생겨버렸다. 물론 1 쪽이 나다.
물론 나도 왜 싸우게 되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이제 와서 이해하겠다는 게 더 웃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완전히 싸움이 끝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사실상 잠시 도망쳐나온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잠시 숨어있기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마음에 나무들이 우거진 풀숲으로 결정했다. 여전히 그 녀석들이 쫓아오는 게 느껴져서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숨어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결국은 한계가 있었는지 녀석들이 나를 발견했고, 다시 싸워야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항상 맡았던 익숙한 향기도 조금씩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향기가 나오는 곳으로 녀석들을 조금씩 유인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멍청한지 녀석들은 곧이곧대로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고 있었고, 곧 그 향기가 있는 곳 근처에 숨어있는다.
녀석들도 향기에 이끌렸는지, 계속 향기에 이끌려가다가 나를 지나치는 모습을 보았고, 이번에는 역으로 내가 녀석들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향기의 정체부터 알고 싶어서.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들의 소리가 들렸고, 곧 그 곳은 다시 조용해졌다. 왜 갑자기 조용해진 거지? 라는 생각에 조금 더 다가갔는데, 그 곳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식물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식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거대한 덩쿨이 내 몸을 감싸곤 들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 많이 다친 상태인데 반항할 힘이 어디 있겠어.
“...이런 모습은 처음 보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있는 이상, 온전한 모습으론 돌아갈 수 없겠지.”
“뭐, 마음대로 해 줘. 어차피 난 이도저도 못 하니까.”
그러자 무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듯 하더니 조금씩 덩쿨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이런 건 예상한 적 없는 시나리오인데.
“인간도 그 무엇도 아닌 것 같으니, 특별히 놓아주겠다. 어린 것.”
“...하긴, 난 이도저도 아니겠지.”
“이 눈 앞에 있는 어린 것이 맛있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잡아먹었겠지. 영광인 줄 알거라.”
“그래, 고마워.”
그러곤 마치 경고하듯이 추가로 말을 꺼낸 게 있었다.
“이 모습을 소문이라도 내는 순간, 그 땐 아무리 이 맛없는 어린 것이라도 목숨을 산산조각으로 만들 것이다.”
“...내 입 무겁거든. 애초에 친한 존재도 없고.”
걱정 말라는 듯 힘겹게 피식 웃는 듯한 느낌을 건넨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 즈음, 늘 그렇듯 또다른 향기가, 하지만 누구의 향기인지는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그런 향기가 느껴졌다.
원래의 그 거대한 것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보자, 이번에는 로메로가 나를 보더니 엄청나게 놀라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척 하는 걸까.
“...!? 키네틱, 상태가 왜 그런겐가...!”
“그냥, 시비가 좀 붙어서.”
“그냥으로 넘기기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오. 얼른 정비하는 게 좋겠소.”
“걱정 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나았...으면 좋겠다.”
“...기계 신체가 저절로 낫긴 하오?”
그 때 보았던 표정이 마치 「ㅍㅍ)」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냐- 라는 느낌의 표정이었다.
“그냥 최대한 걱정 덜 시키고 싶어서 그랬어.”
“얼른 가세. 이 주변에 마침 자네를 정비하기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니.”
그러곤 내 손을 잡고는 얼른 가자는 듯 끌고 가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조금 아프긴 했지만, 로메로의 온기가 느껴져서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나를 신경써주는 존재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팠던 고통도 조금씩 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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