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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헤드

[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디바이드]





이게 비인지 눈인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무언가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참 애매하게 말이야, 하나로 확실히 해 달라고. 비면 비, 눈이면 눈... 이렇게 말이야.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로메로는 일단 물이라서 그런지 가끔 공원의 흙 좋은 곳에 앉아 물을 보충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식물이니까- 물은 당연히 필요한 거겠지.


나? 설마 내가 식물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나는 그냥 로메로의 근처에서 물 보충하는 모습을 구경할 뿐이었다.


“비인지 눈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미 신사에겐 귀한 물이겠네-.”

“허허, 미안하구려. 아무래도 이렇게 기회가 좋을 때 보충해야 되지 않겠나?”

“내 걱정 말고, 충분히 보충하셔-”


나도 뭐, 저렇게 비 맞고 있으라면 가능은 하다. 왜냐면 내 신체는 방수 기능이 있기 때문에 빗방울이 신체 내부로 스며들지 않고 그저 바깥으로 흘러내리기만 할 뿐이니까. 하지만 기계는 기계인지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러지 않는 것일 뿐이지.

...녹슬지는 않냐고 묻는다면 녹슬진 않는다. 녹슬었으면 이게 신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지 않았을까. 진짜 그냥 완전 로봇이지. 뭐, 지금의 내가 로봇이 아니라고도 말 못 하겠지만.


어쨌든 저렇게 로메로가 물을 보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저런 느긋한 시간을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느긋해서 지긋지긋할 수준이었지만. 역시 이렇게 누군가랑 같이 돌아다니는 게 최고지.

어느정도 로메로도 물을 보충한 것 같고, 잠시 더 걷다가 실내로 잠시 들어온다. 사실 로메로가 내 모습을 보며 걱정스럽기라도 한 듯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우산을 쓰고 있다지만, 비를 꽤 많이 맞은 것 같은데 여기서 조금 쉬다가 가세나.”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장미 신사가 그러자고 하니... 그래야지.”


그렇게 쉬고 있다가 로메로를 문득 들여다보며 왠지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 항상 보이던 손의 모습도 그렇고 뭔가 내 신체처럼 로메로도 그렇게 평범한 신체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랄까. 게다가 몇몇 덩쿨들은 밖으로 빠져나와 있기도 하고.

이건... 지금이 아니면 물어볼 기회가 없겠다! 싶어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본다.


“혹시 말인데, 신체가 아예 덩쿨인 건가?”

“키네틱의 신체가 전부 기계인 것처럼, 나도 온몸이 덩쿨로 이루어져 있다네.”

“허, 진짜?”

“평상시엔 이렇게 덩쿨들이 신체의 형태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지.”

“신기한데. 온몸이 기계인 건 흔하지만, 온몸이 덩쿨인 건 전혀 흔하지 않으니까.”

“기계 신체도 나에겐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네. 아마 키네틱이 처음일걸세.”

“...내가? 그런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로메로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나처럼 온몸이 기계로 된 녀석들이 많은 세계는 아직 방문하진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이야 뭐 기계가 흔하긴 해도, 역으로 로메로처럼 식물 신체는 본 적 없었으니까.


“음, 미안한데-... 잠시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봐도 될까.”

“ㅇ, 어떤 걸 말인가...?”

“아니, 뭐... 덩쿨같은 거. 가끔 보니까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덩쿨들도 있길래.”

“아아- 그런 거라면 괜찮다네.”


그렇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이곳저곳 둘러보며 여러가지 호기심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저나 가까이 다가오는 건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인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로메로를 보고 있으니 조금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시선 돌릴 필요까진 없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라네... 호기심 해결은 하였는가?”

“음- 아직 조금 남은 부분이 있거든.”

“어떤 부분이길래 아직 해결을 못 했는가?”

“그건...”


눈을 살짝 번뜩이며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대로 로메로를 붙잡고 누워버린다. 로메로는 진심으로 당황스러운지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키, 키네틱...!?”

“겉으로는 다 알았어도, 속으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

“이, 이러지 말게나...”

“하지만 호기심을 해결하기엔, 직접 보는 게... 더 좋잖아?”


좀 더 로메로의 촉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몸을 가까이 붙인다. 확실히 평범한 촉감과는 거리가 먼, 특이한 촉감이 느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그리고 깊게 느껴보고 싶어서 로메로의 겉옷을 살며시, 조심스럽게...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메로는 정말로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이다.


“부, 부끄럽다네...”

“어차피 나도, 이런 거는... 처음인걸.”

“키네틱...”


내가 로메로의 겉옷을 벗겨주자 로메로는 부끄러움에 바라만 보다가 내 팔의 옷소매를 벗겨주었다. 아마 내 팔도 그렇고, 몸 전체가 까만 모습이라서 분명 옷을 벗겼는데 안 벗겨진 것 같은 느낌을 줄 지도 모르겠다.


“...아직, 다른 부분들이 많은데-”

“이거... 정말... 부끄러워서 말일세...”

“그나마 하반신은... 벗겨져 있으니까 다행이겠군.”


농담삼아 싱긋 눈으로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한다. 그러곤 로메로의 나머지 부분의 옷들도 조심스럽게 혹시라도 옷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벗겨준다. 그러자 덩쿨로 이루어진 몸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덩쿨로 이렇게 신체를 형성할 수 있다니, 보고 있을 때마다 놀라움과 신기함이 동시에 들었다. 혹시 감각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손으로 가슴 부분을 살짝 쓸어내린다. 그러자 움찔하는 로메로의 모습이 보였다.


“흣, 키네...틱...”

“...오,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건가...”

“나도... 처음 알았다네. 고통같은 그런 감각엔 둔하지만, 이런 건 느껴보질 못했으니...”

“그럼, 잘 됐네. 이런 시간 아니면, 언제 겪어보겠어... 그렇지?”


로메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가시가 거의 없는 덩쿨 쪽을 이용해 마치 핥는 것 같은 자극을 전달한다. 아니, 진짜로 핥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모습이 있으니까 말이지.


"...느낌이... 마치..."

"핥아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말하는 건가."

"그걸... 어떻게 아는가...?"

"그거야 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여 보인다.


"...!?"




"...좀 놀랐나? 아니, 놀랄 수 밖에 없으려나."

"키네틱... 그런 모습도... 가능한 건가...?"

"아무에게도 안 가르쳐 준 또다른 무언가- 중 하나라고 생각해 달라고-"

"그런데... 그렇게 있으면 앞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궁금하네만..."

"눈만 있을 때에도 목소리가 나오는데, 목소리가 나올 때 보는 것 정도야, 뭐-"


그저 씨익 웃어보이며 다시 로메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다시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러곤 조금씩 손을 아래로 내려가면서 로메로의 온몸을 자극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로메로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한 채 부끄러워하며 움찔거리고 있었지만.


"앗... 흑... 키네틱..."


로메로는 약간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덩쿨로 내 허벅지를 감싸주는 게 느껴졌다. 아마 이런 덩쿨에도 가시가 많겠지만, 애초에 하반신도 그렇고 내 몸은 전부 기계로 이루어진 신체이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오히려 로메로가 더욱 자극을 받을 때마다 더 마음 편하게 이 덩쿨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겠지. 감각이 강하면, 덩쿨도 더욱 강하게 조여질 테니까.


"기분이... 흣... 이상하구려... 흐윽..."

"그래도... 나쁘진 않잖아...?"


로메로의 덩쿨을 자신의 몸에도 감아서 더욱 더 가까이 붙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원래 가까울수록 더욱 더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꽤 재밌네... 흐흐..."

"하윽... 흑... 키네...티... 흐읏..."


그러다가 정말 내 이름, 머릿 속에 계속 남겨두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이번엔, 어디를... 해 줄까-..."


그 다음 부분은, 글쎄-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