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이라는 건 좋군.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아오다가 이렇게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달까. 그 녀석들도 아마 이렇게 자유로운 여행같은 걸 원했겠지. 물론 그 꿈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제서야 나도 조금씩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고.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은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보아하니 내 느낌상으론 곧 비라도 올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냥… 본능적이기도 하고, 내가 기계라서 이런 게 계산적인 느낌이 되어버린달까.
"날씨가 묘하네. 곧 비라도 올 것 같아-"
"흠, 보아하니 그럴 것 같구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예상했던 대로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미 예상했던지라, 무덤덤하게 염동력으로 우산을 꺼내서 우산의 손잡이를 잡고 펼친 뒤 로메로가 2/3, 그리고 내가 1/3 정도 공간을 차지하도록 우산 안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로메로는 그런 모습을 보더니 나를 보며 꽤나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더 넓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나-
"그렇게 우산을 쓰고 있으니 키네틱이 비를 맞고 있지 않는가…"
"걱정 마. 기계라서 감기 안 걸리니까."
"감기는 안 걸릴지라도, 어딘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큰일날 것일세…"
"그것도 걱정 마. 옷 입고 있으니까."
이런 걸로 망가졌으면 진작에 망가졌겠지. 애초에 이것도 신체라면 신체인데 그렇게 쉽게 망가질 리도 없을 거고. 온통 부딪히고 그러는데도 멀쩡하게 이렇게 지내는 걸 보면, 이 신체가 평범한 기계는 아니라는 걸 대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늘 가지고 다니는 푸른 수정을 공중에 둥둥 띄우며 길을 걷고 있는데, 로메로가 이 푸른 수정을 보며 꽤나 호기심을 가지는 듯 보였다. 하긴, 로메로에겐 이런 거 없을 테니까 호기심을 보이는 게 이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그 파란 것은 무엇인가?"
"…아, 이거? 내 염동력에 크게 관여해주는 푸른 수정."
"어떤 식으로 관여하는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음- 뭐랄까, 이 수정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꽤 길어질 거야."
오랜만에 이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심지어 내 주변에 있었던 그 두 녀석들에게마저 말하지 않았던 내용인데 로메로에겐 특별히 말해줄 수 있으니까. 소중한 여행의 동반자인데, 이런 것 정도 못 가르쳐 주겠어?
"그러니까- 꽤 오랜 시간 전으로 넘어가게 되겠지-"
내가 아주 어릴 때- 까지는 아니고, 적당하게 청소년 시기 쯤 되었을 때의 일이려나. 그 당시에는 의외로 내가 많이 다혈질적인 녀석이었거든.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아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래도 사춘기같은 것도 있고 하니까- 지금보단 활발한 녀석이긴 했지.
그런데 아무래도 청소년 시기는 팔팔한 시기이긴 하잖아? 그래서 그런지 내가 내 능력을 제대로 조절을 못 하는 상황이 생겨버린 거야.
그냥 무난한 능력이면 다들 뭐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절대 그런 정도의 능력이 아니었다는 점이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상당히 강한 편이라서 말이야. 그 당시의 나는 엄청나게 화가 나버리는 순간 그 마을, 또는 그 도시 정도는 간단하게 염동력으로 부숴버리고 망가뜨리고 그럴 수 있을 정도였거든.
그러니까 최대한 나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주변에서 노력을 하긴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니까-…
물론 지금도 이런 도시 정도는 한번에 망가뜨릴 수 있는 염동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안 쓰는 것 뿐이지.
그래서 그 엄청난 염동력을 제어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게 있었는데, 이렇게 다른 물체에다가 염동력을 봉인해 둔 다음에, 자신이 염동력을 더 강하게 사용하고 싶을 때 꺼내서 쓰는 느낌으로 지내자- 라는 제안이 들어왔었지.
근데… 이 수정을 만들어 준 녀석이 누구였더라? 정작 그게 기억이 안 나네.
어쨌든 그 이후로는 이 수정에다가 내 대부분의 염동력을 집어넣은 뒤에, 나중에 더 강하게 염동력을 사용하고 싶을 때 이 수정을 이용해 더 강한 염동력을 발휘하는 거랄까나- 그래서 항상 이걸 가지고 다녀.
뭐, 능력에 의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푸른 수정을 공중에 띄우며 다니면 주변에서 신기하게 바라봐 주는 것도 있어서 가끔은 관심받고 싶어서 그냥 이렇게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없진 않겠네.
"흐음, 그런건가."
"염동력을 강화시켜주는 물체라고 했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내 염동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물체라고 할 수 있지."
"그 물체에 그대의 염동력이 봉인되어 있으니 말일세."
"그렇지. 사실상 이게 있어야, 내가 제대로 된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보며, 뭔가 멍하니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이 빗방울도 염동력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나."
"...이 빗방울들을 말인가?"
"예를 들면- 이런 느낌."
빗방울들을 향해 손을 뻗어보인 다음,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그 부분에 있던 빗방울들이 움직이는 팔을 따라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염동력으로 형체도 만들 수 있는 판에, 이런 거라고 못 하겠어-"
"…그대의 염동력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걸 가능하게 하는구려."
"별 게 다 되지. 이런 도시 하나쯤 멸망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키득키득 웃는다. 물론, 아무 이유없이 이런 도시를 멸망시키진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어쩌다보니 도시를 멸망시킨 것일 뿐, 내가 의도해서 멸망시킨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이런 염동력을 쓸 곳이 생겨서 다행이지."
"그런가? 어디에 쓸 예정인건가?"
"장미 신사가 위험에 빠져 있을 때- 라던지?"
"...허허,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삶이라는 건, 혹시 모르는 일이지-"
이 염동력으로 장미 신사를 지킬 수 있다면, 이런 푸른 수정같은 게 없어도, 내 최대의 염동력을 꺼낼 수 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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