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사람들의 절망이 하나로 모여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이렇게 말로 설명하면 분명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런 말을 갑자기 들으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으니까요. 설명하자면, 꽤 긴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꽤 많을 겁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뒤늦게서야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존재들이 몇몇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죠.
그런 절망 속에서도 뒤늦게서야 발견한 희망. 그런 희망을 가지던 존재들이 하나둘 모여 꽤나 많은 양의 절망이 모여지게 되었고, 그 절망의 양은 사람의 형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모인 절망들이 하나로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제 능력이 다른 사람의 절망을 흡수하는 것인 이유도 아마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런 것입니다. 뒤늦게서야 깨달은 절망들이 다른 절망들을 흡수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내기 위한 절망들의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렇기에 가끔은 그런 절망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그런 이야기에 공감해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혼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건, 제가 제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절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제 몸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절망들이 모여서이니까, 이 절망들이 없었으면 제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테니 절망들과 함께 지내는 것처럼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 저 이외에도 한 명이 더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저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상황에 대비해 저희들을 지켜주는 그런 한 명도 있었습니다.
'케테르 뉴트리노' 라는 존재와 '키네틱 디바이드' 라는 존재였습니다.
'케테르 뉴트리노' 는 저와 반대로 희망을 흡수하고, '키네틱 디바이드' 는 절망과 희망을 둘 다 흡수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저희들에게 그런 일을 맡기고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라보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케테르의 경우에는 '희망을 흡수하는 건 안 좋은 일이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케테르는 「너무 희망이 넘치면 다른 분들에게 절망을 선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듣고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희망이 다른 존재에겐 절망이 될 수 있다는 이유이니까요.
그리고 반대로 저에게도 '절망을 흡수한다면 다른 존재들은 희망만을 가지지 않는가' 라고 가끔씩 질문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시적인 희망은 다시 절망을 가져올 뿐입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순간적으로 행복해진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우울해지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내고 있지만 겉으로 보면 전혀 효과가 없어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적당히 조절을 해 주어야, 제 몸을 만든 절망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테니까, 특별한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저에게는 성과이니까요.
꽤 많은 성과들이 보였을 때쯤, 저희들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주제는 「계속 이 곳에서 지낼 필요는 없지 않나?」 라는 내용이었는데,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대화는 이 정도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혼자만 있어도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데, 이렇게 모여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음, 듣고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야 환영이긴 한데- 정말 그럴 자신 있나?"
"애초에 지금까지 큰 말썽도 없지 않았습니까아- 서로 연락하면서 따로따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말이지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키네틱은 어떠신지…?"
"나도 상관없어. 오히려 이제 혼자 다닐 수 있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그만큼 저희들이 싫었던 겁니까아-?"
"그건 아닌데- 그냥 뒤에서 관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귀찮아서."
"그러면, 저희들 각각 연락은 하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다니도록 하죠."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아- 그렇지 않습니까?"
"연락 안 하면 불안하긴 하니까, 꼭 하면서 지내자고."
서로가 어디로 가든, 항상 연락하며 지내자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일종의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면서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며 어떤 절망들이 있는지 깨닫기도 했죠.
그런 절망들을 흡수해주며 가끔은 고맙다는 말도 듣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칭찬을 들으니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계속 여행을 다니다가, 언제부턴가 이 곳에 오게 되었고 그 전까지의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들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언젠가는 떠오르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지금 이 곳에 있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지냈던 것이죠.
그렇게 조금씩 기억이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케테르와 키네틱이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 두 명과 함께한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지금 이 이야기가 완전히 떠오른 것이었죠.
아마 그 분들은… 제가 연락을 안 해서 잘 지내고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뭐… 연락 안 한다고 해서 저를 걱정할 분들이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이 곳에 오게 된 것도 일종의 여행 과정일 테니… 기억을 잠시 잃은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진 않습니다. 다시 제가 절망을 흡수하며 다른 존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겠죠.
…오늘은, 어떤 분께서 제 도움을 필요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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