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억이 떠오른 이후, 꽤나 조용해진 모습입니다. 아마 그 기억에 의해 이 곳을 떠난 분도 계실 것이고, 여전히 이 곳에 계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갑자기 떠오른 기억들에 의해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는… 그나마 다행인 쪽에 속하겠죠.
모두가 다 평온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제가 평온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죠. 분명 누군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무작정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숨겨둘 수만은 없겠죠.
모든 것은 다 언젠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법입니다. 결국 떠오를 수밖에 없다면, 지금이라도 더 빨리 떠오르는 게 어쩌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분이 있어서 잠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들 떠나기도 하고 그러고 있지만, 왠지 그 분은 아직까진 계속 카페에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분은 지금 어떤 기분이 드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꽤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그저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서야 눈치챈 듯 저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아, 그대- 오셨습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시는 것 같아 보이는군요."
"다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대도 그렇지 않습니까?"
"뭐… 저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남들에 비해선 평온한 과거이지만, 갑작스레 떠오른 과거가 제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건 똑같았으니, 남들과 다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 과거는 즐거웠으니 이 정도로 넘길 수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너무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까진 없을 겁니다."
"…"
"…뭐, 어떤 기억이 떠오르셨는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과거를 캐묻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래주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음…"
이 말을 꺼낼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으니 친구도 꽤나 궁금했는지 먼저 물어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겁니까?"
"별 건 아닙니다만… 왠지 말하기 좀 부담스럽군요."
"어떤 말이길래 그런 겁니까?"
"…음… 그러니까…"
근처에 있던 쿠키통을 바라보며 정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쿠키… 먹어도 됩니까?"
"…? 그거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든 겁니까?"
"왠지, 저에겐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친구가 먹고 싶다는데, 언제든 드릴 수 있으니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하하!"
"…아, 감사합니다."
"훔쳐먹는 것처럼 느껴져서 걱정이셨던 겁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 아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그대는 어떻게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단 말입니다- 여기 있으니, 꺼내먹으시면 됩니다!"
쿠키통에 손을 뻗어서 쿠키를 하나 잡아들곤 목 부분의 빈 공간으로 그대로 던져넣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정작 저도 어떻게 맛을 느끼는 것인지는 온전히 기억이 돌아온 상태에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먹는 모습을 보는 친구도 꽤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습니다. 하긴, 이런 모습을 어디서 볼 수 있겠습니까…
"…? 음식을 그렇게 먹는 것이었습니까?"
"네… 뭐… 남들이 생각하기엔 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대놓고 이러진 않습니다."
"이미 그대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텐데, 그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왜냐하면, 그대 눈앞에 있는 제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입니다-!"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아서 다행입니다."
"누구나 다 자신만의 방식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만의 방식… 그렇군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젠 자연스럽게 목 부분으로 쿠키를 던져서 집어넣는 모습이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쿠키를 먹다말고 손을 가만히 테이블 위에 두었습니다.
"아, 좀…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음?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가요? 제 눈에는 별로 남은 게 없는 것처럼 보여서 말입니다…"
"그대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아직 많이 남아있답니다-♪"
"하긴, 제가 챙겨드린 것도 있을테니…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있겠죠?"
떠나실지, 여기에 계속 남아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보일 때마다 쿠키는 챙겨드리겠습니다. 오늘처럼 제가 먹은 것도 있고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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