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흘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말로… 곁에 있어줄 존재가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항상 나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아마 너도, 같은 생각일까…?
내가 있어서, 너에게도 많은 희망이 되고 의욕이 될까…?
아직도 나는 그 때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경계하는 중에도 내가 건네준 육포를 먹으며 조금씩 친해지고,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워줬던 기억들도… 항상 내 기억 속에는 즐겁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그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일이 생길 거라고 믿지 않았었다. 나는 항상 나 혼자서의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남들에게 그렇게 좋은 인상으로 남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한순간에 뒤엎어준 것이 바로 플루토였다.
처음에는 플루토가 왜 그 곳에서 케르베로스와 소통하고 있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었다. 그저 다른 곳에 있다가 이 곳으로 놀러온 거겠지- 라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조금씩 알아가면서, 여러가지 사실들을 깨닫곤 했다.
크림슨이 왜 플루토를 쫓고 다녔는지, 플루토는 왜 그렇게 겁이 많았는지… 하나하나 깨달아가면서 왠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플루토처럼 실험체이고,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한때는 정말 겁이 많았으니까. 사실 지금도 조금은 두려운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플루토가 있기에 안심이 되니까 일부러 강한 척하며 당당하게 보이려는 것도 있었으니까.
과거의 나 자신은… 그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혼자 다니려고 했었으니까. 아마 플루토도 연구원들의 눈을 피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거였겠지.
이젠… 괜찮아. 내가 언제든 지켜줄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작년에는 내가 너무 의뢰로 바빠서, 제대로 플루토를 챙겨주지 못했던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고, 아쉽다. 애써 '그땐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었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해도 그 미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도 내가 그렇게 제대로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플루토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 같기도 해서… 더 미안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플루토의 너그러운 마음 덕분에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플루토도, 내 이런 모습만을 보는 게 더 기분 나쁘겠지…
이번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플루토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자. 따뜻한 봄날씨가 마치 우리들을 축하해주는 듯 기뻐해주는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서 왠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나저나… 그냥 이렇게 선물같은 거 없이 가도 괜찮을까…?
플루토는 무엇을 좋아할까… 그냥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좋아해줄까… 생각해보면 항상 무언가 챙겨가지 않아도 그저 나를 발견하면 언제든 달려와서 껴안아주곤 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런 날에 그냥 가는 건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뭐, 괜찮겠지…? 조금 늦더라도, 다음에 챙겨주면 될 거야…
언제나 그렇듯이, 플루토는 내 모습이 보이자마자 달려와서는 껴안아주며 핥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애정표현을 받으며… 내 존재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나는… 정말로 플루토가 없으면 안 되는 거구나…
"오늘도 기다렸다!"
"헤헤, 이번에도 내가 좀 늦었나…?"
"그래도 옵시디언 볼 수 있어서 좋다!"
"나도… 항상 이 곳에서 플루토를 볼 수 있어서 좋은걸…♪"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플루토가 먼저 이 곳에서 항상 기다려줬구나. 내가 꼭 여기에 올 거라는 그런 플루토의 믿음과 항상 플루토가 이 곳에서 기다려줄 것이라는 내 믿음이 합쳐진 결과겠지?
계속해서 이렇게 플루토가 날 믿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최근의 내 행동이 플루토에게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해지고, 내가 정말 플루토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을지 여러 생각도 들었다.
"…항상 미안해. 오랫동안 곁에 있어주고 싶은데, 자꾸 내가 말썽을 부려서."
"…? 괜찮다."
"정말… 괜찮은 거야…?"
"옵시디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걸까…"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플루토를 제대로 챙겨주고 있지 못하다- 라는 생각이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지만, 플루토가 이렇게 말해줄 때마다 조금씩 이 생각이 가라앉곤 했다. 그래도, 나에게 이런 용서를 베풀어주는 존재가 있구나- 싶어서…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
"놀랍다…"
"사실 작년에는 내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챙겨준 게 없어서… 굉장히 미안했거든…"
"괜찮다! 옵시디언이 플루토를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래?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쁠 수 있구나…"
사실, 그 마음이 나도 이해가 되었다. 플루토가 나를 기억해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힘이 되고, 희망이 되었으니까. 플루토가 없었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절대로 보일 수 없는 불가능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기억으로 남는다는 건… 언제나 고마운 일이지. 내가 정말 그런 대단한 일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하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플루토- 조금만 더 가까이 와 줄 수 있어…?"
"…? 어떤 일이다?"
"가까이 오기 전까진, 비밀이야…♪"
"옵시디언은 비밀이 너무 많다-"
"헤- 그런가? 사실 그렇게 대단한 비밀도 아니지만…"
플루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더 가까이 다가오자, 얼굴이 거의 가까워졌을 때 플루토의 입에 나의 입을 맞춘다. 그것도 꽤나 오랜 시간동안…
처음에는 조금 놀라는 듯 하다가도 계속 이렇게 입을 맞춘채로 있자 플루토도 조금씩 나를 껴안아주며 입을 맞춰주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것도 정말 엄청난 영광인 것 같아…
"옵시디언, 항상 입 맞춘다-"
"비밀이라기엔, 너무 애매하지? 히히…"
"그래도 옵시디언의 입맞춤은 기분좋다!"
"나도, 이렇게 입맞춰줄 수 있는 애인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만-♪"
그렇게 말하며 다시 또 입을 맞춘다. 그렇게 입을 맞춰주니 플루토는 입이 아닌 볼이라던가 다른 부분에도 이곳저곳 입을 맞춰주고 핥아주기도 했다. 이런 애정표현 하나하나가 내 기분을 안정되게 만들어주니, 나도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거구나.
"계속 그렇게 플루토만 해주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나도 같이 플루토의 얼굴이라던지, 귀 부분이라던지… 핥아줄 수 있는 곳은 이곳저곳 골고루 핥아준다. 아마 플루토에게 이런 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조금 간지러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건 나도 그랬다구-♪
"간지럽다…♪"
"원래 처음엔 다 그런거야-♪"
"항상 기쁘다!"
"나도… 플루토가 있어서 항상 고마운걸…!"
플루토를 보며 싱긋 웃자, 플루토도 같이 웃어준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똑같이 따라해주는 플루토가 너무 고마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항상 곁에 있을게. 그리고… 플루토가 기분나빠하는 일들은 절대 안 할게…"
"플루토, 항상 옵시디언 믿는다!"
"그래, 그 믿음… 내가 깨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믿음과 신뢰를 깨지 않도록, 나… 항상 노력할게.
영원히…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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