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엄청 좋다- 그치?"
"따뜻하다-♪"
해가 쨍쨍 비치는 바다의 모랫바닥에 앉아 잠시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플루토는 날씨가 더워서 목이 마르기라도 한건지 갑자기 일어나서는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바다 속으로 들어간 뒤, 플루토는 입을 한가득 벌려 바닷물을 마시는데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닷물을 잔뜩 뱉어낸 뒤 표정을 엄청나게 찡그리는 모습이다.
"…짜다!"
"에에- 바닷물은 마시는 거 아냐-"
"이상하다…"
"목마르면 나한테 말하지- 히히!"
"짠 물인지 몰랐다…"
"하긴, 바다를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을 테니, 그럴만도 하겠네."
도망쳐왔던 자에게 바다를 구경할 시간이 어디 있었을까. 그에 비해 나는… 의외로 바다를 많이 찾아왔던 것 같다. 이렇게 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조금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라서… 일까?
의외로 넓은 바다의 효과가 없지는 않기도 했다. 보고 있으면 조금씩 편안해지는 그런 기분을 느끼곤 했으니까. 지금도 그 기분을 느끼고 있다. 특히 플루토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효과는 굉장했다.
바닷물을 잔뜩 마신 뒤 표정이 잔뜩 찡그려져 있는 플루토에게 마실 수 있는 진짜 물을 가져다준다. 그러자 플루토는 이제서야 제대로 갈증이 해결된 듯 표정을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플루토는 웃는 모습이 제일 멋있어.
그러다 갑자기 피로감이라도 몰려온건지 나에게 기대어선 조금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바짝 차리긴 했지만.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어디든 좋다!"
"그래? 그러면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 봐야겠는걸-♪"
플루토가 좋아할만한 장소가 무엇이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그렇게 계속 고민을 하느라 주변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하기도 했다. 그게 여러가지 상황을 불러일으킬지 누가 알았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뭔가 플루토가 내 뒤에 와서는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뭐지? 어떤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는건가? 설마 플루토를 연구하던 연구원? 플루토가 그르릉거리는 쪽을 향해 뒤늦게 바라본다.
그러자 붉은 형상을 하고 있는 케론인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플루토는 처음 보니까… 경계할만도 한 녀석이었다.
"뭐야? 마스터가 왜 여기 있는건데?"
"그러는 넌 왜 여기 있는데!"
"마스터가 그냥 돌아다녀도 된다며. 그래서 놀러온 거라고."
"여기서 만나는 것도 참 우연이구만-♪"
녀석은 내 뒤에 있는 플루토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마 녀석도 처음 볼 것이다. 즉, 서로가 서로를 처음 보는 상황인 것이었다.
"뒤에 저 녀석은 누구야? 설마…?"
"그런 거 아냐! 이 몸의 애인이라고!"
"…아, 난 또 뭐라고- 나 말고 다른 무기가 있는 줄 알았지."
"이 몸은 너 정도만 있어도 다 해먹을 수 있거든?"
"하긴, 마스터가 낫 말고 뭘 쓸 수 있겠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다양한 걸 쓸 수 있으니 의심 말라고-"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플루토를 토닥거려주고 마주보듯 바라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싱긋 웃어보인다. 만약 내가 플루토였어도 분명 놀랐을 거야.
"너무 무서워하진 마- 이 몸이 항상 들고 다니던 그 낫 알지?"
"그렇다…"
"그 낫이 저 녀석이야!"
"…!?"
플루토는 못 믿는 눈치였다. 이것도 뭐 당연한 게… 낫이 저런 케론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누가 봤을까… 그러니 의심이 될 수 밖에…
"그러면 당연히 못 믿을걸."
"그렇겠지? 그러면 직접 보여주자구."
그렇게 말하자 녀석은 바로 이 몸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낫의 모습으로 변한다. 플루토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이 더욱 동그랗게 변하는 모습이다.
"신기하지? 플루토에게만 특별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야-♪"
"신기하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다…"
"아마 쉽게 적응하기 힘들거야- 그래도 이 몸이 계속 곁에 있어줄 테니까, 너무 걱정 마!"
플루토가 다시 내 곁에 붙자, 녀석도 다시 케론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이름을 말 안 했구만. 반갑다, '리프' 라고 불러줘. 아니면 그냥 낫이라고 부르던가."
"…낫…"
자신을 낫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며 싫지는 않은 듯 키득키득 웃다가, 여러 의미로 신기한 듯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건넸다.
"마스터 녀석이 그런 애인이 생길 거라곤, 예상 못했는데 말이지."
"하긴, 나에게 애인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사신에게 애인이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놀라운 경험만을 보여주는 게 지금의 마스터라니까."
"그러고보니까-…"
갑자기 문득 궁금해진 게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사신 역할을 했더라?"
"아니, 마스터가 그걸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미안미안! 너무 바빠서 까먹고 있었어-♪"
"으휴…"
리프는 조금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진짜로 너무 바빠서 내가 기억하던 것마저도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그 때부터밖에 없어. 나머지는 마스터가 알아서 생각해 내."
"어느 정도 들으면, 나도 기억이 떠오르겠지-♪"
플루토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우리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조금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다?"
"아, 이 몸이 지금의 역할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계기…?"
"꽤나 마스터 녀석의 옛날로 돌아가게 되겠지-"
내가 지금 잠시 기억을 꺼내고 있어서, 리프가 나 대신 이야기를 대신 이어준다.
"일단 사신 역할을 맡게 된 건, 마스터가 나를 받아들기 시작한 이후부터인 건 확실해. 근데 그건 알고 있었으려나? 마스터가 내 첫 주인이 아니라는 것 정도?"
"그건 대략적으로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
"나는 다른 마스터의 손을 거치며 이런저런 과정을 겪은 녀석이라고.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계약같은 걸 맺는거지."
"계약? 나는 그런 거 못 느꼈는데?"
리프는 키득키득 웃으며 당연히 못 느끼지- 라는 말을 꺼내며 다시 이어나갔다.
"계약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니거든."
"언제부터 그 계약이 성사되는 거야?"
"낫을 잡은 순간부터. 혹시 그런 느낌 못 느꼈던가?"
"어떤 느낌?"
"뭔가 공허해지는 그런 느낌 있잖냐."
"…아, 맞아!"
그런데 그 공허한 느낌이라는 게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과거의 내가 느낀 괴롭고 공허한 그런 느낌과는 달리, 분명 다른 건 다 채워졌는데 무언가 빠진 게 있는 듯한 그런 찝찝한 공허감이었다.
"특별한 과정 없이,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영혼을 뺏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신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는거지."
"헤에- 그런 거였구만? 근데 정작 영혼은 너에게 가잖아?"
"그래도 일부는 마스터에게도 간다고. 그래야 공허함이 채워지니까."
"막상 알고 있어도 참 복잡한 과정이구만-"
그러다 리프는 한숨을 쉬곤 그동안의 과정에서 영 못마땅한 부분이 있었던 듯한 그런 모습을 보였다.
"근데 어째 날 잡은 녀석들은 다들 공허한 마음을 가져버려서 결국 끝이 좋지 않았기에 말이지."
"녀석들은 아무래도 그런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다고 생각했나본데-"
"그런가. 그래서 그동안 이 계약 방식을 조금 다르게 바꿔야 될까- 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지금의 마스터 녀석은 그동안의 녀석들과는 다른 녀석이었기에 바꾸진 않았지."
"일단 죽을 일 없으니까?"
"그 점도 좀 흥미롭긴 했고. 불사조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이 몸이 좀-♪"
"게다가 뭐랄까, 마스터 녀석은 사냥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고."
리프의 말처럼, 낫을 들고 있을 땐 무언가 사냥본능이 깨어나곤 했다. 예전에는 사냥본능만이 떠올랐지만, 지금처럼 플루토가 있을 땐 사냥을 통한 보호본능이 깨어나는 걸로 살짝 변형되기도 했다.
"그래서, 마스터는 자신을 '자칭 사신' 으로 부르고 다니는 것 같더라?"
"이렇게 설명하기 길어지니까-"
"하긴. 그럴만도 하겠네. 어떨 땐 '수집가' 라고 한다며."
"영혼을 수집하니까 수집가인 게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다른 것으로 돌려말하는 것도 지금의 마스터가 처음이고."
"다른 녀석들은 그냥 숨기고 다녔겠지?"
"그렇지. 뭐가 부끄러운건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를 플루토는 그저 바라보며 듣기만 했다. 내 생각엔… 분명 이건 플루토가 이해하기엔 아직 조금 머나먼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굳이 알 필요는 없긴 하지만, 그냥 뭐… 내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궁금했을 뿐이기도 하겠지!
"옵시디언, 여러가지 과정을 겪은 것 같다."
"뭐어- 그런 셈이지!"
"…"
옵시디언은 여전히 리프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위험요소가 많아서 쉽게 경계심을 놓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이 몸이 있으니 조금은 편해보이긴 하지만.
"내가 많이 불편해 보이네. 그럼, 나는 다른 곳으로 가 볼 테니까, 즐거운 시간 되셔- 마스터."
"그래- 너도 적당한 시간대에 다시 돌아오고-♪"
"네네- 그렇게 말 안 해도 마스터 근처에 어느샌가 와 있겠죠-"
뭔가 살짝 건방진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곤 다시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플루토는 그제서야 마음을 다시 놓기 시작했고,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야기도 다 끝났으니- 다시 신나게 놀아볼까!"
"좋다!"
바다에서의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남기고 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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