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죽이는 수밖에…!」
오늘따라 옵시디언이 보이지 않는다. 항상 이 곳에서 만나곤 했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먼저 움직여서 확인해보고 싶지만, 그 사이에 옵시디언이 올지도 모르니까… 계속 가만히 있는다.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기 위해 어디선가 깜짝 튀어나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조금씩 불안해져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데, 마침 저 멀리서 누군가가 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서 몰려오는 게 보였다. 그걸 보고… 조금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다. 게다가 무언가 그…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가 싫어하는 그 냄새가 조금씩 맡아지는 것도 있었다. 분명, 나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를 노리고 있는 연구원들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존재도 옵시디언이 어떻게 해서 친구가 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나를 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 끈질긴 존재들이었다.
어떡하지…? 일단은 공격해야 될까…? 조금씩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으니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에 이도저도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 정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저 존재들에게 잡혀가고 말 텐데…
계속 고민하다가 잡혀갈 바엔, 일단 공격이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날카로운 손을 잔뜩 세운 뒤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엄청난 검은 그림자가 생기는 듯 하더니 곧 나의 앞에 거대한 검은 날개가 생기며 마치 나를 막아서는 듯한 누군가가 등장했다. 검은 날개의 모습이 옵시디언과 굉장히 비슷한데… 설마…?
"누… 누구다…?"
"미안. 늦었군."
"…?"
아무리 들어도 목소리가 옵시디언이다. 그런데 옵시디언의 평상시 말투와는 상당히 다른 말투… 게다가 옵시디언이 나를 향해 뒤돌아 보았을 때, 그 모습도 상당히 달랐다. 정말 옵시디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옵시디언… 맞다…?"
"걱정 마. 이 몸 맞으니까."
"…!"
그렇게 말하곤 옵시디언은 나에게 싱긋 웃어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옵시디언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곤 다시 반대로 돌아보며 거대한 낫을 2개 소환해서는 각각의 손에 잡는다. 지금 보니까… 손과 팔 부분이 날개가 아닌,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다.
…어떻게 저렇게 한번에 변할 수 있지?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씩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는 존재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옵시디언도 두 낫을 제대로 잡아보이곤 꽤나 진지하게, 그리고 조금은 무섭게 말을 꺼낸다.
"하나만 골라."
"…어떤 것을 고르나?"
"내 곁에서 도울건지, 아니면 잠시 안전한 곳으로 피해있을 건지."
"…"
"망설이지 마…!"
아마 옵시디언은 나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말한 것이겠지만, 이미 나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옵시디언 곁에서, 돕는다."
"그래. 플루토의 용감함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우니까."
한번 더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이다가 곧 저 존재들을 바라보며 자세를 취한다. 그러곤 꽤 무서우면서도 진지한 말을 꺼낸다.
"죽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죽이는 수밖에...!"
말이 끝나자마자 옵시디언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서는 주변의 적들을 날카로운 낫으로 전부 베어버리며 쓸어담아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솔직히, 내가 돕지 않아도… 옵시디언이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시나 옵시디언을 기습하려는 존재가 있으면 그 존재를 처리하는 것으로 일종의 보호 형식으로 돕기 시작한다.
굉장히 커다란 날개가 등에 있어서 그런지, 평소의 옵시디언보다 더 빠르다. 게다가 엄청 진지한 모습이라서 온몸에 피가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섬뜩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옵시디언이라는 걸 이미 알고는 있지만, 옵시디언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굳이 내가 돕지 않아도, 옵시디언이 모든 존재들을 다 없애주었다. 옵시디언은 팔에 묻은 피를 핥아서는 마치 침을 뱉듯이 근처에 퉤- 뱉어버리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옵시디언도 저런 면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쳇, 별 것도 아닌 주제에."
가까이 다가가서 혹시라도 다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옵시디언… 괜찮나…?"
"걱정 마. 아무런 이상도 없으니깐."
…갑자기 말투가 원래의 옵시디언과 비슷한 말투로 돌아온다. 말투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건가?
"말투가 온순해졌다."
"이 상태에서는- 가끔씩 전투 상황에서 엄청 냉정해지는 것 같더라구-"
"그런가…?"
"아무래도 무서워보여야, 적들이 겁먹을 테니까?"
"…!"
다행히 다친 부분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피가 묻어있는 부분들을 핥아주었다. 옵시디언은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괜찮다는 듯 미소짓지만 어떤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사실 옵시디언이 이런 핥아주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피 먹으면, 맛 없을텐데-…"
"괜찮다.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
"헤… 그런가? 철분 보충이라도 될려나?"
"옵시디언의 피, 플루토가 전부 핥아준다!"
"너무 많이 먹진 말라구- 혹시 모르니깐-"
이렇게 있으니, 항상 내가 먼저 옵시디언에게 다가가서 옵시디언을 위로해 주었는데, 그 위로에 대한 보답을 해 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옵시디언에게 말하자 옵시디언은 이런 이야기로 대답해주었다.
"보답이라기보단- 이 몸이 해야 될 당연한 일을 한 것일 뿐이야-♪"
그러면 나도… 옵시디언에게 해야 될 당연한 일을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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