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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아이기스 w. 이클립스] 190205







"그나저나, 기념일이라고 했던가?"

"네?"

"그 복받는 날인지 뭔지하는 날 말이야."

"아, 네... 맞습니다. 기념일이지요."

"...기념일이라."



굉장히... 마치, 무언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계시는 이클립스 님의 모습.



"기념일에 대해 어떤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런 것보단, 그냥 좀 귀찮고 짜증나는 무언가가 있어서."

"어떤 것인지..."



...라고 말하기도 전에 자정이 지나 설날 당일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이클립스 님의 상태가...



* 삐비빅-…


"...이클립스 님?"



살짝 무언가 바뀌는 듯함을 알리는 소리가 이클립스 님에게서 들렸고, 곧 이클립스 님은 다시 저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시는데...

그게 좀 평상시와는 굉장히, 아주... 많이 다른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오늘은 설날입니다! 아이기스도 알고 있습니까?"

"네? 네... 알고 있습...니다..."

"각자 복을 많이 빌기를 기원하는 날이지요!"



이클립스 님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복주머니를 하나 가져와서는 제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나저나 복주머니의 크기가... 남들이 보기엔 저게 복주머니 맞나? 싶을 정도로 크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희들의 덩치에는 이게 평범한 복주머니처럼 보이지만요.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 그 복주머니를 받아서 간직하였습니다.



"아이기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무리 봐도 지금의 이클립스 님의 상태가 정말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남들에게서 복 많이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클립스 님이 저에게 덕담을 해 주셨다는 그 자체도 저에게 기쁘게 느껴졌고 말입니다.

...뭐, 이클립스 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신다면 이 상태에 대해 정말 분노로 가득 찬 모습이 되시겠지만, 제가 위로라도 해 드리면 될까요...



"이클립스 님에겐 이미 말하긴 했었지만, 한번 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이기스의 복, 아주 잘 받아두겠습니다!"



네... 그런 모습에서라도 받아두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을 때에도 여전히 간직하고 계시겠지요. 그러니 다행입니다.



* 피비빗-…


아, 역시 말하면 오신다더니 바로 원래의 이클립스 님이 되셨군요.



"...하아."

"그렇게나 경멸스러우십니까?"

"당연히 싫지. 그 놈들이 억지로 만들어넣은 건데."

"하긴, 그럴 법도 하네요."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그 기능을 집어넣게 된다면, 오히려 쓸데없이 거치적거리는 기능이 될 뿐이겠지요.

그래도... 사실 제 눈에는 마냥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바뀌었을 때의 그 모습이 적응되지 않는 것일 뿐...



"음, 뭐... 항상 고생하십니다. 이런 특별한 날에는 원하지 않아도 가동될 것 같은 그런 모습이..."

"정말 다 부숴버리고 싶다."

"그, 그러시면 안 됩니다..."



물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조리 다 부숴버리는 건 안 됩니다.

…본능적으로 제가 방패로 막아버릴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