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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190506

 

 


 

 

아, 그 분을 본 적 있냐고? 어쩌다가 멀리서 본 적은 있었지.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부담스럽지 않나 싶어서 용기가 안 나더라고. 그래서 멀리서나마 바라보기만 했지.

 

 

뭐랄까,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

특히나 그 분은 뱀처럼 보였는데, 혹시라도 물려서 온몸에 독이라도 퍼진다면... 독을 가지고 있진 않겠지?

그래도 뱀이라면 독이 있는 게 더 많을텐데... 모르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빛깔을 뽐내던 분이셨지.

뭐, 옷이 하얀 옷인 것도 있지만 피부도 하얗게 보였으니 그냥 전부 다 하얗다고 보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사실 좀 신기하긴 했었어. 온몸이 다 하얀 분을 만나는 건, 처음에 가까웠으니까.

보통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더라도 옷은 검정에 가까운 것을 입는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옷마저 하얀 옷을 입은 분은 처음 봤거든.

어쩌면 ‘자신은 그렇게 위험한 인물이 아닙니다’ 라는 것을 그렇게나마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용기내서 한 번 다가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응? 그 외에도 기억 속에 남은 특이한 모습? 음... 아, 그래.

어쩌다가 그 분의 입 속을 멀리서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어.

처음에는 놀랐지만, 보고 있으니 왠지 신기한 기분이 더 많이 느껴졌어.

 

그러니까,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아.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속에서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라는 말.

마치 그 분의 입 속이 ‘심연’ 이라면, 그 ‘심연’ 속에 있는 눈들이 나를 바라보는 거라면... 그 옛말은 진실이 되는 거겠지.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 혀는 누구 것이 되는거지?

그 분 것인가? 아니면 그 심연 속 눈들의 것인가?

흐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만약에 내가 그 분 앞에 다가가게 된다면, 정말 흑백 조합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나는 검정색, 그 분은 흰색.

무언가 제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이 흑백이라고들 말하지 않는가. 그렇지?

 

 

워낙 겉모습만 몰래 본 것이다보니, 제대로 그 분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게 없어서 더 길게 말은 못 하겠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방금 전에도 말한 것 같긴 하지만, 언제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