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거의 똑같이 생기신... 분이시군요. 또다른 저인가요?"
"뭡니까, 누가 제 모습을 시샘이라도 해서 복제품이라도 만든 겁니까."
"...무슨 소리이신지요? 제가 진짜입니다만..."
"됐습니다. 쓸데없는 말싸움은 괜히 더 귀찮아질 뿐입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음, 글쎄요... 뭐, 이런 것도 재미있다면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재미를 이런 걸로 찾으시나 봅니다. 고작 이런 것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된다니."
"그대는 어째 모든 걸 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부정적이라, 당신의 눈에는 제 행동들이 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겁니까?"
"네? 네... 저에겐 그렇게 보입니다."
"하, 재미있군요. 뭐,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하죠. 저는 이게 제 최선의 행동일테니."
"저는 다른 존재들의 절망을 떠안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대도 비슷한가요?"
"그렇다고 치죠. 어쨌든 저나 당신이나 모습이 비슷하니 하는 일도 비슷하겠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대를 쉽게 신뢰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걸 굳이 당신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는 제 할 일은 알아서 잘 처리합니다."
"뭐... 갑자기 게을러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살짝 게으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크게 말하시죠. 뭐라 말하시는지 잘 안 들리거든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무언가가 말썽을 부려서요."
"그대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여행같은 건 크게 관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맞나요?"
"제가 그럴만큼 여유로운 건 아니라서 말입니다."
"...흠, 글쎄요? 저는 이렇게나 여유로운데 그대는 여유롭지 않다니, 그건 그거대로 의문이군요."
"그러니까, 제가 굳이 남들에게 그런 시간을 들여야 될 필요가 있냐- 이 말입니다."
"후후, 그런가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생각은 뒤바뀌게 될 텐데요."
"...누구 말입니까."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그대도 저와 마찬가지인 존재 아닙니까."
"도대체 누굴 말하는건ㅈ..."
"후후, 깨달으셨군요."
"그, 그 분 앞에서는 예외인 겁니다! 그 분은 어쨌든 예외입니다."
"그렇게 나오셔야죠. 덕분에 그대도 저와 비슷한 존재라는 건 잘 알겠군요."
"이런 거 절대로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외치지 마십시오. 약점이라도 생기면 일하는 데에 곤란해진단 말입니다."
"약점인가요? 푸흐, 저에게 그런 건 약점이 안 될 것 같은데, 그대에겐 약점이 되나요?"
"...당신과 저는 어쨌든 같으면서도 다를 테니까요."
"가끔은 상대방에게 너그럽게 대해주는 게 좋습니다."
"당신의 경험담인가요? 그 경험담으로 저를 가르치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렇다고 치죠."
"하, 제가 남들에게- 특히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다니, 참 웃긴 일이 다 있군요."
"저도 그대에게서 그 당당하고 넘치는 자신감 하나는 배우고 싶군요."
"당신은 조금 머뭇거리는 일이 많나 봅니다?"
"쑥스러움이라고 해야될 지, 부끄러움이라고 해야될 지... 가끔씩 그런 기분이 들기는 해서 말입니다."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이제 좀 더 당당해져야 될 일도 많을 텐데요."
"그렇긴 하지요. 어떻게 하면 더 자신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방법이요?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십시오."
"...그게 정말로 해답입니까?"
"그런 대답이 바로 남들을 너무 신경쓴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의견도 표출할 줄 아십시오."
"흠... 그대의 대답이라서 정말로 신뢰해도 될 지 잘 모르겠지만..."
"저도 당신이고, 당신이 곧 저라니까요."
...정말 답답하게.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셔서 잠깐 환청이라도 들으신 거겠죠."
"...그런가요.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또 하실 일이 있나요?"
"일단 당신에게서 벗어난 뒤 생각해보는 게 좋겠군요."
"후후, 개인적인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군요. 그러면 저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만의 시간을 알아서 잘 만들어가시길."
"그러는 그대야말로."
가끔은 또다른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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