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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바이던트 w. 스턴] 190823

 

 


 

 

다들 그래왔던 것처럼, 나도 여행이라는 것을 다녔다. 나름대로 우리 메카닉들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용병 활동을 하다가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어쩌면 용병 활동으로 벌어놓은 충분한 자금이 있어서일 수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용병 활동의 위험성과 자신이 용병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을 것이고.

나는... 후자라고 해두지. 처음엔 즐거웠어도, 지금은 용병과 맞지 않는 몸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렇게 정해진 목적지 없이 온갖 지역들과 행성을 돌아다녔지. 생각보다 아름답고 멋있는 곳들이 많더군.

'내가 괜히 용병 활동으로 시간을 보냈군.'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로 그럴 시간에 이렇게 여행을 다녔더라면 더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 후회해봤자 소용없고, 아직 시간이라는 건 많으니 괜찮다며 자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특이한 건, 그렇게 만나는 존재들마다 나를 그렇게 무섭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분명 이렇게 거대한 갑주를 입은 것 같은 모습을 보면 다들 두려워서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거대하다며 나를 반겨주는 모습도 종종 보았으니,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뜻일까.

 

 

조금 더 오랫동안 여행을 했을까, 이 곳은 조금 특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비슷한 존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확신이 드는 기분.

 

비슷한 존재끼리는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고 했었던가, 저 멀리 누가봐도 비슷한 존재인 것 같은 누군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멀리서 봐도... 꽤나 상당한 어깨를 자랑하는 존재였다. 혹시 몰라서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그 쪽에서 나를 발견하곤 밝은 목소리로 맞이했다.

 

 

"워우, 내 매력에 빠져버린건가? 이렇게 찾아오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특이한 존재군."

"벌써부터 내 매력에 이렇게 빠져버리면 큰일난다고~"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게 네 특징인가."

"어쩌면 그렇겠지! 이 방패가 나 자신이 굉장하다고 그렇게 말해주니까!"

"...방패라."

 

 

그렇게 말하자 그 존재는 내 뒤에 달려있는 커다란 창을 보았고, 그 존재는 꽤나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오, 너는 창이야? 멋있지! 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언제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지."

"정말!? 그렇다는 건 오늘부터 우리 친구라는 건가!?"

"그게 그렇게 되는진 모르겠지만..."

 

 

마음 속으론 꽤나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과 방패... 누가 봐도 정말 완벽하고 흠잡을 것 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안정되고도, 확실하게 누군가를 처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조합.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주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겠군."

"이거이거! 엄청 신나는데! 이 방패들이 너를 위해 앞장서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걸."

"그래, 네 방패들도... 분명 엄청 든든하고 멋있을 테니."

"크하하! 벌써부터 나를 엄청 잘 알고 있구만?"

 

 

지극히 본인의 기준에서는 조금 시끄럽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시끄러움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런 존재들을 종종 만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내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미안하다. 내 소개가 늦었군."

"걱정 마! 나도 내 소개 아직 안 했으니까!"

"그런가. 어쨌든... 나는 바이던트라고 한다."

"바이던트! 멋있는 이름이네! 나는 스턴이라고 불러줘~"

"...스턴이라, 네 방패에 걸맞는 이름이군. 무엇이든지 멈춰서게 만들 것 같으니."

"푸핫, 그래? 너도 그 바이던트라는 이름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바이던트도 창 이름이라고 어디선가 들었거든."

"그렇지. 나도 우연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튼! 파트너로서 잘 부탁해~?"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하지."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