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이쪽도 그런 생각이 드는군. 잘 지냈는가, 푸른 강철의 기사여."
"물론입니다. 어비스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요."
요즘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하긴, 제가 지내고 있는 이 공간과는 다른, 어비스님만의 공간에서는 아마 다른 일들이 존재하겠지요.
아마 제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흥미로웠는지 어비스님은 잠시 '호오,' 라고 말하며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언제나 그 자신감은 여전하구나."
"어디선가 그렇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가져서 나쁠 건 없다고 말이지요."
"그 자신감이 거만하게 보이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는 없겠지."
"하하... 저는 거만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걸요."
"겸손이 그 동체에 배어있다는 건 다행인 일인 것 같소. 혹시라도 겸손이라는 걸 모른다고 생각할 존재도 있을 터."
"기계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는 지금도 꽤 많이 존재하고, 저도 종종 보아왔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한 번 더 '호오.' 라는 소리를 꺼내며 마치 팔짱을 끼듯 그런 자세를 취하다가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하긴, 제가 생각해도 자신에 대해 특별한 무언가를 추측하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면 특이하게 느끼긴 하겠지요.
"그래서, 그들에게 감정이 입력되어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는가?"
"일단은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어떤 것이?"
"과연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감정이 입력된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자네도 자네 자신만의 의문점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지요. 사실 다른 생명체 분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저도 가끔씩 여행을 하면서 종종 보아온 적이 있었으니까요. 어떨 때는 그런 분들 중에서 직접 저에게 찾아와서는 고민을 풀어놓듯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덩치도 그렇고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게 인상깊었는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아도 될 것 같다는 그런 안정감을 얻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고민을 들어준 적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요."
"자네의 해답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나?"
"그건 알 수 없지요. 하지만 다들 마치 후련한 표정을 짓고 돌아가는 걸 본 적이 있었으니, 아예 도움이 되지 않은 건 아닐 겁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끝까지 그렇게 믿고 가야겠지."
"하하, 자신이 믿는대로 움직인다는 뜻인 걸까요."
어떤 말을 해도, 어비스님의 말에는 전부 그에 걸맞는 뜻이 숨어있는 것이겠지요.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으니까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제 여행 이야기라도 해 드리고 싶네요."
"여행 이야기라,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가?"
"그럼요.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흥미를 가지기엔 좋을 겁니다."
"그 커다란 덩치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싶군."
"후후, 언제 다 꺼낼지 걱정될 정도일걸요?"
제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다 알려드리지요.
시간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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