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데스티니

[어드벤처러-1 / 테시라크] 200608

 

 


 

행성을 이곳저곳 누비며 탐험을 하다보면, 다양한 종족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아마 그대도 흔히 겪어왔을 테지요.

기갑단, 몰락자, 굴복자, 벡스, 경멸자... 정말 다양한 종족들이 각 행성에 자리잡으며 자신들만의 세력을 넓혀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행성과 관계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당 행성에 자리잡은 종족 이외의 다른 종족을 만날 확률도 있긴 합니다.

마치 제가 행성을 이곳저곳 누비는 것처럼 말이지요. 다른 종족이라고 하나의 행성에만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기에.

 

 

어떤 행성이었는진 막상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일을 겪었으니 굳이 어떤 행성이었는지에 대해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꽤 흥미로운 몰락자 한 명을 만났거든요.

 

 

그 날도 저는 어떤 일이 있을지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것들을 기록하고 저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상상만 해도 늘 한결같지 않습니까? 그런 제 모습이 말이지요.

 

그러다 저 멀리, 무언가 거대하면서도 멀리서 봐도 '저 분은 몰락자 분이시군요.' 라고 느낄 수 있을 덩치의 어떤 존재가 보였습니다.

혹시라도 그 분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근처를 지나가려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발걸음을 옮겼지요.

그 분도 저처럼 이런 행성에 흥미를 가지고 조사를 하며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나가는 분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근처를 지나가던 중, 옆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ㅡ-, --ㅡ-."

 

조용히 그 말을 들으며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나름대로 배워온 몰락자의 언어를 대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만하고, 무모한 종족."

 

 

아마 그의 말투가 완전히 이런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제가 말투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단계까진 아닙니다.

아직까진 뜻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이렇게 뜻이라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도 몇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해석은 어느정도 되었으니 답을 해야겠죠.

 

 

"네, 부르셨는지요."

 

 

살짝 놀라는 듯하면서도, 그 몰락자분의 표정에는 살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살기에 걸맞는 냉정하고 잔인한 분이실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것에 주눅들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제 능력 아니겠습니까?

 

 

"ㅡ--ㅡ-, ㅡ-ㅡ-ㅡ-. ㅡ---."

 

 

그의 대답은 또다른 저의 흥미를 불러일으켰죠.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얼마나 나약하면, 여행자의 빛을 받는지. 그럼에도 자신감이 넘치는군."

 

 

저희가 여행자의 빛을 받아 불사의 힘으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뭐, 맞는 말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나약하고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몸이니 자신감이라도 가져야겠죠."

 

 

제 대답에 마치 코웃음이라도 치듯 반응을 보이는 몰락자분. 그래도 그 코웃음 속에는 꽤 저에 대한 흥미도 담겨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아까 전부터 계속 저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상대방이 먼저 묻기도 전에, 항상 제가 먼저 나서서 알려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 제 이름은 어드벤처러-1 이라고 합니다. 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라면 기억하지 않으셔도 되지만요."

 

 

본능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제가 먼저 제 이름을 상대방에게 알려드리게 되더군요.

여전히 코웃음을 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팔짱을 끼며 여전히 저를 바라보는 몰락자분의 모습이었습니다.

 

 

"ㅡ-ㅡ, ㅡㅡ-."

 

 

그렇게 돌아온 몰락자분의 대답.

 

 

"잠시, 따라와라."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몰락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덩치가 큰 몰락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에 가까웠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같이 들곤 했으니까요.

 

과연 몰락자분은 어떤 것을 저에게 가르쳐 줄 예정이실까요?

그것이 대화가 될 지, 행동이 될 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저를 짜릿하게 만들기도 하니 일단은 겪어보고 난 뒤에 판단할 일이겠지요.

 

 

어쨌거나,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뒤의 일은 조금 목을 다듬은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그동안 여행한 게 많아서 그런지, 꽤나 목을 다듬을 필요가 있겠네요.

'데스티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드벤처러-1] 200629 -200-  (0) 2020.06.29
[어드벤처러-1] 200614  (0) 2020.06.14
[어드벤처러-1] 200608  (0) 2020.06.08
[어드벤처러-1 / 대니먼-9] 200126  (0) 2020.01.26
200121 -Garden of Salvation / 200119-  (0) 202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