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 지낸다더니, 그런 것치곤 요즘 바쁜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행을 참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알게모르게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다구-?"
"그래, 뭐... 그냥 그렇다고."
늘 한 곳에 머무르며 그들만의 시간을 나누곤 하는 세 메카닉. 물론 한 메카닉은 다른 두 메카닉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늘 코어 한구석에서는 신경쓰고 있는지 그들이 보일 때마다 약간 그들을 귀찮게 굴리는 듯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을 귀찮게 굴리는 것 같아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게 만드는 두 메카닉도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한 메카닉의 성격이 워낙 까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아무튼 그들은 다시 간만에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한다. 무언가 늘 하던 이야기면서도 조금은 색다른 분위기의 질문들을 꺼내곤 하는 두 메카닉들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다른 한 메카닉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꺼낸다.
그리고 다른 한 메카닉은 여전히 그런 질문에 귀찮고 대답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꾸준히 잘 대답해주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그러고보니 이클립스님은 언제부터 유기체가 싫으셨습니까?"
"갑자기?"
"원래 이런 건 갑자기 궁금해지기 마련이니까!"
"흠."
의외로 꽤 깊게 고민하는 듯한 이클립스. 물론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왜 그런 고민을 했나- 싶을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몰라."
"하하, 그렇군요. 뭐, 그럴 수 있죠."
"그건 왜?"
"헥토르가 이미 말하긴 했지만, 갑자기 궁금해지기 마련이니까요."
"특히나 이클립스는 엄청나게 유기체들을 싫어하는 게 늘 한결같았으니까!"
"그래서 나도 너네들이 신기하다고."
유기체를 좋아하는 두 메카닉, 아이기스와 헥토르. 반대로 유기체를 싫어하는 한 메카닉, 이클립스.
그들의 취향은 생각보다 제각각인데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주변 존재들에게도, 그들에게도 참 신기한 것들 중 하나라고 마음 속으로 종종 생각하고 있을 듯 하다.
아무튼, 그런 이클립스의 대답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는 아이기스와 헥토르의 모습.
"저희들도 사실 모든 유기체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용병 생활 이후에 만난 유기체들 중에서도 꽤 많긴 했지."
"그러냐?"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며 흥미로운 듯 아이기스와 헥토르를 바라보는 이클립스. 겉으로는 늘 유기체를 좋아하는 모습만 보았으니 사실 유기체가 싫었던 점이 있을 것이 의외라고 조금은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는지 이클립스는 다시 두 메카닉을 빤히 바라본다.
"이참에 너희들 얘기나 좀 들어보자. 유기체에 대해서."
"그럴까요? 저희들도 좀 간만이긴 합니다만..."
"참 스펙타클했지- 그치?"
"그 정도까진... 뭐... 아무튼 인상적인 일이긴 했죠."
이런저런 일들을 서로 바라보며 얘기하다가 하나로 정리가 된 듯 이클립스를 바라보며 서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아이기스와 헥토르.
"일단 저희들은 외형이 이렇다보니, 좀 부품이 들어가는 것도 많은 편이긴 합니다."
"특히 가슴 부분이라던지- 네가 봐도 좀 그렇게 보이긴 하지?"
"부품이야 뭐 우리들의 숙명같은 거 아니겠냐. 그래서?"
"그래서 저희들이 부품을 교체하는 틈을 타서 이걸로 한탕 하려는 유기체들도 많았죠."
"호오."
더 이야기해보라는 듯 어느새 자신의 상반신에 팔짱을 낀 채 편하게 어딘가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이클립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아이기스와 헥토르도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래도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이용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녀석들이면 몰라도 우리들은 용병 출신이라 정말 사각지대 없이 사방팔방을 다 파악할 수 있거든."
"일단 저희들이 기준에서는 처음이니까... 그 분들이 다른 나쁜 짓을 했는지도 잘 모르니 적당히 좋은 말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여행을 하면서 다른 유기체들이 종종 상습범 유기체들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고."
"여기에서 정찰하는 것마냥 대신 좀 잡아달라고?"
"비슷할지도요? 실제로 잡은 일도 좀 있었고요."
"그래서 너네들이 이 일을 별 거부감 없이 도와줬던 것이구만."
"크크, 서로 도우면서 사는거지!"
늘 싱글벙글한 모습의 헥토르를 보며 저렇게 한결같은 것도 참 대단한 일인데- 라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한 이클립스. 아무튼 다시 아이기스와 헥토르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저는 그냥 좋은 말로 돌려보냈지만, 헥토르는 좀 다르더라구요."
"나는 그냥 상습범 유기체라고 소문난 녀석들이 부품을 훔쳐가려고 하면 꿀밤을 놓아버렸거든!"
"...꿀밤 수준이 아니잖아, 너는."
"그런가? 그랬던가, 아이기스?"
"음... 뭐, 꿀밤을 놓았더니 거의 땅에 박히다시피 했던 모습을 보면..."
"그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라고~"
"..."
좀 어이없어하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헥토르니까 그 정도 힘이면 다행이겠거니- 라고 조용히 생각하는 이클립스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뭐... 그 정도면 적당히 힘 절제한 거겠지."
"역시 이클립스도 이해해 주는구나!?"
"대충 깊게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런다."
"그 정도도 엄청 깊게 생각해준 것 같은걸~"
"아무튼, 저희들의 방식은 그랬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런 식으로 반응하긴 합니다만..."
"여기서 그런 모습 막 보이면 이상하게 소문난다."
"여기에서는 절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오래 지낼 예정이니까요."
"괜히 이클립스한테 이상한 소리 씌우기도 싫으니까 말이지!"
"그래. 고맙다."
그렇게 아이기스와 헥토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 사이,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이클립스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고, 아이기스와 헥토르도 꽤 만족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라."
"우리들에게 맡기라구-!"
"아무쪼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들의 일상이자 업무가 다시금 시작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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