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카닉

[헥토르] 220324

 

 

 


 

 

여어, 오랜만이야!

그동안 연락이 없어서 잘 살아있기는 한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었는데 아무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진짜 연락이 없었긴 하네. 대충 계산해보면, 이제 곧 3년쯤...? 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3년이면 진짜로 걱정할만한 시간 아닐까? 하핫! 다행히 연락도 잘 되는 것 같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아직 무사히 가지고 있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단 말이지.

요즘은 뭐하고 지내? 우리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행도 다니고, 종종 만나곤 하던 친구들도 만나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 가끔은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익숙한 것들을 즐기며 새로운 것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

 

 

종종 만나는 친구들도 다 제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만들어주긴 하지만, 네가 있을 때의 그 분위기도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뭔가 장난기 넘치고 어떤 일에서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를 만나는 게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진짜로 생각해보니 나랑 비슷한 성격의 메카를 만난 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너는 지금처럼 메카의 모습일 때도 멋지고, 잠깐 인간의 몸을 빌려서 인간으로 다닐 때에도 멋진 녀석이라고 생각해. 특히 인간의 몸일 때 잠깐 상의를 벗고 근육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인간들이 왜 근육을 좋아하는지 내심 이해하게 된다니까. 요즘도 그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려나? 예전에 우연히 운동하던 걸 봤던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라니깐.

인간이라고 하니까, 아이기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인간 좋아하는 건 한결같아. 물론 '모든' 인간들을 여전히 다 좋아하냐면 딱히 그건 아니지만! 삶을 오래 살다보니 인간들도 다 착하고 순한 그런 녀석들은 아니라는 걸 어느정도 깨닫게 되어서 말이지. 그래도 웬만한 녀석들은 다 우호적이기도 하고 굳이 우리들이 그 녀석들의 사악한 마음을 끄집어 낼 이유도 없으니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지.

 

 

분명 이 편지를 쓸 때까지만 해도 여기에 남겨두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정작 이렇게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다 까먹어버린단 말이지. 하여간, 메카닉이라도 이런 일시적인 기억들을 영원히 남겨두는 건 좀 힘든 영역에 있는건지, 아니면 우리들을 만들고 개발한 녀석들이 이것까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런 부분에서도 영원히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해 달라고 부탁해야겠어.

기억이라고 하니까, 우리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동안 너의 기억 속에 남은 것들 중에서 좋은 것들이 더 많을지, 아니면 나쁜 것들이 더 많을지 궁금하기도 하네.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도 못 나눠보고, 같이 이곳저곳 돌아다니지도 못했으니 그런 쪽으로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잖냐, 히히.

아무쪼록 앞으로도 너에게 좋은 기억들만 가득 남았으면 좋겠는걸.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더라도, 지금 당장의 행복을 누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건 누구나 좋아할 일이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이렇게 편지를 쓰긴 했는데, 만약에 너도 우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나 전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부담없이 네 이야기를 적어서 보내줘도 좋아. 아니, 솔직히 네 이야기를 좀 듣고 싶기도 하네. 그동안 맨날 우리들 이야기만 전해주긴 했으니까, 왠지 네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난감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니까 말이야.

다음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구-

 

그럼, 나도 잠깐 할 일이 생겨서 다시 그걸 해결하러 가야겠다. 요즘 같은 동료 메카닉들이랑 하는 일이 좀 많아져서 말이지-

아무튼! 다음에 또 보자!

 

 

- 헥토르

'메카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르-노르 > 딘] 220328  (0) 2022.03.28
[네르-노르 / 딘] 220326 (2편)  (0) 2022.03.26
[네르-노르] 220323 (1편)  (0) 2022.03.23
[아이기스 / 헥토르 / 이클립스] 220318  (0) 2022.03.18
[헥토르] 220316  (0)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