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3 - [메카닉] - [네르-노르] 220323 (1편)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며 무드가 넘치는 이 바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단계에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분명 많은 질문을 한 것 같은데 정작 제일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게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군요?
"생각해보니, 당신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군요? 제 정신머리도 참-"
"큭큭, 그만큼 나에게 너무 빠져든 거 아니겠어?"
"푸핫... 솔직히 부정은 못 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어깨를 으쓱거린 다음, 일단 저부터 먼저 소개하는 게 이런 쪽에서의 예의라고 들은 것 같아서 제 이름부터 알려드린 다음, 이 붉은 존재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제 소개도 안 했지 말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예의들마저 잊어버리다니- 저도 참 못쓸 메카닉이군요.
아무튼! 제 이름은 네르-노르, 라고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제 이름을 들은 붉은 존재는 싱긋 웃으며 흔쾌히 자신의 이름을 저에게 알려 주었답니다.
"네르-노르라... 내 이름은 편하게 딘이라고 불러~"
자신의 이름을 '딘' 이라고 밝히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도 가만히 있을수는 없어서 그 윙크에 맞받아주듯 같이 눈빛을 빛내곤 어느새 옆으로 다가가서 어깨동무를 했답니다.
"크크, 멋진 이름이네요? 게다가 부르기에도 편할 것 같고."
그렇게 옆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으니, 유독 더 눈에 띄는 딘의 탐스러운 가슴이 저를 버틸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달까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딘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주었답니다. 그렇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런 게 한두번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핫.
"앞으로도 멋진 모습, 잘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친구야말로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고~?"
"물론이지 말입니다, 크크. 그나저나- 앞으로도 필요한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그게 '누군가의 영혼' 이라도 상관없으니."
"영혼이라."
영혼이라는 말에 꽤나 흥미롭다는 듯 저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내는 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역시 평범한 존재는 아니라는 게 느껴지긴 합니다. 원래 평범하지 않은 존재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존재를 만나기가 더 쉬운 걸까요?
"너 역시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나보군? 좀 들어나 보자. 그 영혼 얘기 말이야."
"헤에- 의외로 관심이 있으시군요?"
가볍게 목을 적시는 느낌으로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제 이런저런 이야기를 딘에게 들려주었죠.
"지금은 휴가 느낌으로 이렇게 다른 생명체나 메카닉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저는 저승의 길을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 어쩌다 우연히 누군가의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일도 하고 있죠. '가끔' 이라는 것에서부터 눈치채셨겠지만, 그래서 아무래도 모든 영혼이 다 저에게 오는 건 아닌지라 좀 희귀한 편이랍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딘은 흥미로운 듯 바라보며 말을 꺼냈답니다.
"호오, 한마디로 저승사자라는 건가? 좀 재밌어보이는 일을 하고 있잖아~?"
그렇게 놀라면서도 흥미로운 듯한 반응을 내던 딘은, 한편으론 술을 한 모금 마시곤 큭큭 웃으며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마치 좀 의외라는 듯한 느낌의 말을 꺼냈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그나저나 좀 웃긴걸, 저승사자가 이런 바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그거야 뭐- 워낙 생명체분들이 술이라는 걸 좋아하고 자주 마시는 것 같아서, 저도 호기심에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달까요? 아무래도 생명체에 대해 많이 알아두는 게 좋은 직업이다보니-"
"큭큭, 나름 잘 들어맞는 이유구만."
그렇게 다양한 질문들을 꺼내다가, 문득 영혼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던 딘의 모습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영혼과 관련된 질문들을 이것저것 꺼내보기로 결정했답니다. 사실 영혼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존재가 많기는 했지만, 유독 딘에게서는 다른 존재들보다 그 영혼들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영혼에 대해 관심이 좀 있으신 것 같은데- 만약 영혼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영혼을 가지고 싶으신지요?"
"그거야 뭐, 당연히 사악한 영혼 아니겠어? 사악한 영혼일수록 맛있..."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 딘의 모습.
저는 물론 그걸 놓치지 않았지만, 일부러 놓친 척 잠시 연기해보기로 했답니다.
"...이왕 가질거면 선한 영혼보다는 사악한 영혼이 임팩트 있잖냐~"
"하긴, 그렇긴 하죠- 얌전한 것과 좀 격한 것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큭큭 웃다가 이때쯤 슬슬 놓친 척 연기했던 것을 조용히 꺼내며 딘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뭐- 그동안의 반응을 생각하면 굳이 제가 이걸 들었다고 해서 엄청 놀라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지만, 적어도 왜 그 영혼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사악한 영혼이라- 좀 귀찮게 굴어대는 영혼이 좀 있기는 한데 그거라도 선물로 드릴까요? 그리고 영혼이 맛있다는 것에- 저도 나름 동감하는 바입니다?"
"크핫, 들은거냐?"
역시 그렇게 놀라지 않고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어나가는 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덕분에 딘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만요.
"뭐~ 말하자면 이 매끈한 근육도 다 영혼 덕분이니까, 큭큭."
"호오, 그렇군요? 그건 좀 의외의 정보이지 말입니다."
매끈한 근육도 다 영혼 덕분이라면- 맛있는 영혼들을 더 자주 챙겨드려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런 기회를 제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존재는 아니죠? 바로 이런저런 제안을 꺼내버렸답니다.
"그런 당신의 매끈한 근육을 더 오랫동안 보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맛있는 영혼들이 가득 존재하는 곳을 알려주고 싶군요."
"그거 진짜냐~? 너, 보기보다 좋은 녀석이었잖아?"
그렇게 말하곤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저에게 귀를 기울이듯 행동을 취하는 딘의 모습을 보였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나오긴 했는데, 아마 이것도 딘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놈들이 듣지 못하게 어서 나에게만 알려줘~"
"헤에- 그냥 알려드리면 재미없는데에-"
약간 뜸을 들이는 척 하며 다시 얘기를 꺼냈죠. 뭔가 이렇게 조금 튕기듯 반응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는 게 조금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저랑 함께 가시겠습니까? 혼자보단, 안내자가 있으면 좋잖아요?"
제가 건넨 제안에 잠깐 고민하는 듯 싶다가도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저으며 싱긋 웃는 모습과 함께 대답하는 딘.
"좀 혹하긴 한데~ 역시 아니다! 오늘은 그냥 느긋하게 즐기러 온 거였거든! 영혼들 얘기는 아쉽지만~ 다음에 데려가달라구, 저승사자 친구?"
"헤에, 아쉽군요? 뭐- 그래도 가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오십쇼. 하핫."
"그건 그렇고..."
제 몸을 다시 유심히 둘러보며 뭔가 마음에 드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저에게 질문을 건네는 딘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승사자는 원래 이렇게 몸이 좋나?"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은 저승사자 메카닉도 이렇게 몸이 좋아야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당신의 몸에 비하면 아직 저는 한참 멀었지만요-"
"나보다 더 많은 영혼을 먹는다면~ 나보다 더 탐스러운 몸이 되지 않을까~?"
"어우, 영혼도 적당히 먹어야 탐스러워지는 법이랍니다? 아하핫."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며, 이 바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왠지 다음에는 이 무드 넘치는 바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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