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이 아닌 다른 유기체들을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은 적이 있었다. 같은 메카닉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유기체들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터득해두라는 조언을 하더군. 아무래도 메카닉보다 다른 유기체들을 더 많이 목격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조언은 확실히 틀린 적이 없었다. 유기체들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두면 나중에 잘 써먹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유기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관찰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공간들을 다녀보고 있다. 사실 메카닉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직업들이 보이긴 했지만, 유기체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관찰해 본 적이 없어서 메카닉들이 가지는 직업들과 비교해서 관찰하는 재미도 나름 있을 것 같군.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유기체들의 직업이나 일에 집중하여 관찰하고 있던 중, 조금은 특별하게 생긴 존재를 만나서 그 존재에게 시선이 이끌리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해보도록 하지.
아마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유기체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세계에는 다양한 유기체들이 있고, 그런 유기체들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터.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 존재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광장같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장처럼 넓고 북적거리는 공간이야말로 여러 생명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선호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이런 것들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곳이지.
아무튼 그런 곳은 방문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자주 더러워지기도 하는 법. 그렇기에 그 장소를 청소해 줄 인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넓은 공간이다보니 청소를 맡는 존재들도 한두명 정도가 아니더군. 오죽하면 광장에 존재하는 인원 수만큼 청소부가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일까.
그렇게 청소부들을 구경하며 다른 존재들의 일상도 관찰하고 있다가, 유독 눈에 띄는 한 청소부가 있었다. 지네의 형상을 가진 종족이었던 것 같은데,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능숙하게 청소를 하더군. 누가 보더라도 저 청소부보다 더 깔끔하게 청소를 할 것 같은 존재는 없을 것처럼.
계속해서 그 지네 청소부를 바라보고 있다가, 우연히 인적이 그렇게 많지 않은 광장의 변두리와 같은 공간에서 청소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양한 존재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지만, 오히려 그런 어두운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들보다도 더 깔끔하지 않은 모습이더군. 다른 청소부들이 이 곳에 더 올 예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기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왠지 나도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다.
"...괜찮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다만."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꽤나 빠른 속도로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보인다. ...하긴, 나는 늘 이렇게 부르곤 하지만, 대부분 다 이런 반응이었지. 아무래도 내가 누군가를 부르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도와주고 싶다는 말에 처음에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잠시 내 모습을 바라보더니 그 후에 벽이나 바닥같은 곳을 가리키면서 마치 저 곳을 부탁한다는 듯한 손짓을 나에게 보였다. 그렇게 많이 더러워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깨끗한 것도 아닌 애매한 곳들을 대신해서 맡게 된 셈이지. 어쩌면 그런 곳들이나마 나에게 맡기고, 심각하게 더러운 그런 지역들은 본인이 맡아서 하겠다는 행동의 표시일지도 모를테고.
그런 부탁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청소부에게서 물이 담긴 양동이나 물걸레같은 것들을 받아서 이런저런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라는 건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지, 실제로 이렇게 해 보는 건 처음이라서 이걸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잘 닦이고 있는 것을 보니 굳이 정확한 사용법이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청소가 된다' 라는 전제만 잘 들어맞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구나.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청소를 하다보니 그럭저럭 이 정도면 깨끗하다- 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멀리서 구경만 할 때에는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실제로 청소를 해 보게 되니 생각보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임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 청소부는 늘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꽤나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이었군. 덕분에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잠시 빌렸던 양동이와 물걸레같은 청소 도구들을 다시 지네 청소부에게 돌려주며 "수고 많았다." 라고 한 마디 건네주자, 지네 청소부는 자신은 늘 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자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듯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우연히 도와준 척 행동해도 이미 지네 청소부는 우연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도와준 것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싱긋 웃어보였다.
...생각해보니, 이 지네 청소부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군.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나?"
이름을 묻는 나의 질문에, 지네 청소부는 자신을 '신데렐라' 라고 표현했다. 어디선가 생명체들을 통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익숙한 이름인데, 아무튼 그런 이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이 청소부도, 신데렐라처럼 미래에는 분명 모두의 존경을 받는 청소부가 되어 있겠지, 라고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며 다시 신데렐라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괜찮다면, 너를 도우며 이런저런 청소같은 것들을 체험해보고 싶은데."
신데렐라는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 이런 메카닉이 자신을 돕는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괜히 자신이 다른 존재의 일정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진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다 여유가 있고, 나 자신의 의지가 있기에 결정하고 건넨 말이었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그만큼 여유도 있고, 너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일 뿐이니... 너무 부담갖진 않아도 된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신데렐라를 바라보며 다시 확고하게 말을 건넨다.
"당분간, 조수같은 무언가로 잘 부탁한다- 라고 말하고 싶군."
아무쪼록,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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