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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카이덴 / 헤이즐넛] 220522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사실은 엄청 피곤하고 복잡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한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나에게 일을 맡기는 존재들도 그런 피곤함과 복잡함을 잘 알고 있는지, 이번에는 꽤나 긴 휴가를 주었다. 사실, 당분간은 생명체를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엇을 하며 쉬어야 될 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역시 이런저런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애초에 생명체를 보호하는 일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나는 그런 여행을 위주로 살아온 존재였다. 이것도 '여행'보다는 '탐험'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아무튼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일이 언제 다시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 '탐험' 대신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것도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새로운 무언가가 물건이든, 생명체든, 아니면 우리같은 메카닉이든.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하며 발걸음을 옮겨서 도착한 곳은 나름 분위기가 시끌벅적한 도시같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생명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이런 분위기가 많았기에 분위기 자체는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이런 도시같은 곳에서 깨달아야 되는 생명체들의 사회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미숙한 편이다. 보통 내가 보호해야 되는 생명체가 곁에 있다면 그 생명체가 내 상황을 대신 설명해주곤 했지만, 지금처럼 혼자 다닐 때에는 더더욱 유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런 메카닉을 보는 것이 생명체들에겐 흔한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내가 어떤 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넘겨주는 일이 많았다. 아니, 오히려 생명체들의 사회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그럴 수 있지-' 라는 분위기로 넘겨주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 어쩌면 생명체들의 기준에서는 '메카닉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라는 생각도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메카닉이 실수하는 건 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일까. 역시 아직 생명체들에 대해 배워야 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번에도 새로운 장소에서 생명체들의 삶과 분위기를 많이 깨달았으니, 잠시 휴식을 가지자는 의미에서 근처의 공터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 도시든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기억 속에 남기기 좋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내가 도시에서 생명체들을 보호하는 일을 맡는 것도 생명체를 보호함과 동시에 생명체들이 만들어 낸 그런 장소를 보호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던 중, 근처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거대한 꼬리를 보고 있으면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꼬리는 우리의 신체를 이루는 금속처럼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저기에 지나가고 있는 것도 또다른 메카닉일까.

 

아마 그 존재도 내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시선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얼굴에 있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약간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곳에 나 말고 다른 녀석이 있네?"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조금은 당황하긴 했지만, 그렇게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다가와주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라며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그 존재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곳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내가 하고싶은 말이라고~ 아무튼, 이런 곳에 온 이유가 있나?"

"이 곳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흐음, 그것도 정말 예상못한 대답인데. 아무튼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고 해야겠네!"

"만나게 되어 반갑다."

 

 

먼저 소개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말을 이어나갔다.

 

 

"자기소개. 카이덴이라고 한다."

"멋진 이름이네! 나는 헤이즐넛, 이긴 한데 헤이즐이라도 불러도 되고!"

"헤이즐넛, 헤이즐..."

 

 

생명체 사이에서 종종 듣곤 했던 단어였기에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기억해두기 쉬운 이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명체들 사이에서 듣던 단어였다."

"그래? 사실 나한테 이름을 지어준 녀석이 싫어하던 것이었는데- 아무렴 뭐 어때!"

"그 존재에겐 싫었던 것이라도, 우리들에겐 좋은 것이다."

"그럼그럼. 아무튼 카이덴이라고 했지?"

 

 

헤이즐넛은 손을 위로 들어선 손바닥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꽤나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듯 바라보고 있으니 헤이즐넛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악수는 너무 단순하잖아? 그러니까 하이파이브 하자고~"

 

 

하이파이브라는 말에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은 것이 생긴 것처럼 고개를 들어서 헤이즐넛의 손을 바라보며 같이 손을 들어올리곤 손바닥을 마주하며 생명체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짝' 소리가 나오도록 부딪혔다. 아무래도 살짝 손을 강하게 부딪혔는지 헤이즐넛은 약간 손을 털어대는 모습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지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너도 힘 조절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노력하고는 있다. 같은 메카닉이라서 조금 힘을 강하게 준 모양이다."

"헤, 그런가?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힘조절이 워낙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이야~"

"나는 생명체를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조절해야 될 일이 많다."

"역시 너에겐 조절해야 되는 이유가 있었구만. 그리고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들은 것 같고!"

 

 

어쩌다보니 자기소개를 의도적으로 더 해버린 모양새가 되었지만 딱히 그런 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내가 생명체를 보호한다는 일을 한다고 남들에게 떠벌려서 나에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식으로 방해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을 테니까.

아무튼, 지금은 그런 잡생각들보다 새로운 메카닉을 만났다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럼- 물론이지. 나에게서 듣고 싶은 게 꽤나 많은 모양인데?"

"원한다면, 내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싶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려나? 얼른 듣고 싶거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잠시 정리한 이후에 천천히 알려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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