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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네르-노르 / 녹터너스] 220622

 

 


 

 

그러고보니, 우리 처음 만났을 때를 아직도 기억하십니까-?

 

...뭐, 기억이 안 나는 게 이상한 거겠지.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건가.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지 뭡니까! 가끔씩 저랑 당신이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둘이 무슨 사이예요?" 라고 자주 질문을 들었던 걸 생각하니 뭔가 일종의 연결고리가 된 기분이랄까요-?

 

그럴 수 있겠지. 지금 생각해도 좀 특이하게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핫, 당신이 "특이하게 만난 것 같다" 라고 표현하니까 엄청 신기하군요? 근데 제가 생각해도 확실히 엄청 특이하긴 했지 말입니다- 뭔가 저도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 있기도 했고 말이죠. 그러면 잠시 그 때를 생각하며 추억여행이라도 해 볼까요? 뭐, 추억이라기엔 좀 애매한가-

 

추억이라고 하기엔 좀 무거운 시간이지.

 

 


 

 

당신도 알고 있긴 하겠지만, 제 목표는 원래 당신이 아니었답니다- 그 후에 당신에게 제 직업? 제가 하는 일? 아무튼 그런 걸 알려드렸으니 당신도 저와 관련이 없는 존재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겠죠.

 

물론 당시엔 그런 걸 알려주지 않았으니, 적어도 나는 내가 목표였을 수도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그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당시에 말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거긴 지금 생각해도 참 지옥같은 곳이었지 말입니다-

 

사방에서 싸움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지. 지금 생각해도 참 듣기 싫은 소리들의 집합체나 다름없군.

 

그런 곳에서 어떻게 용병으로 활동하신 겁니까-? 아니, 애초에 용병으로 만들어진 메카닉이니까 용병으로 뛰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건가-...

 

내 목적은 그런 곳에서의 병기였지. 그렇기에 그런 곳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고.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오면서 정작 병기 생활은 그만두셨다는 것도 나름 큰 결심이었겠지 말입니다.

 

...그렇지. 당장 병기 생활을 그만두면 어떻게 살아야 될 지에 대한 미래가 떠오르는 게 없었으니까.

 

하나에만 몰두하는 존재의 딜레마같은 거죠. 그래서 다른 곳으로 빠져야 될 때나 갑자기 다른 것을 맡아야 될 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말이죠. 그래도 당신은 꽤 잘 극복하신 편이지만요-

 

뭐, 네 도움이 아예 없었으면 불가능하긴 했겠지.

 

하핫, 갑자기 엄청 띄워주시니까 좀 낯설지 말입니다-?

 

 


 

 

아무튼 원래 그 당시에 저는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상황이었죠. 주변에서 잔뜩 쓰러지는 메카닉들을 당신도 목격했을 테고, 저는 그런 메카닉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당신도 보긴 했을테니 더 말하진 않겠지만요-

 

그래. 다른 메카닉들에게 다가가선 상태를 확인하고 무언가 행동을 취하는 걸 볼 수 있었지.

 

아마 그렇게 행동을 취하는 과정이 저에겐 그 메카닉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일이었을 겁니다. 아마 남들에게는 그냥 이상한 짓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 보였겠지만.

 

나도 그랬고.

 

그러다가 시선이 느껴져서 바라보니, 거기에 당신이 있었지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제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당신을 바라보니까 저를 향해 엄청난 경계심을 보이며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던 그 모습이 말입니다. 하핫!

 

...뭐, 단순히 본능이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경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 특히나 제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당시에 네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던, 무언가 음산한 기운이 아직도 소름돋는군.

 

헤에, 그랬습니까? 저는 그냥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뭐, 일하고 있던 중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지금은 그런 느낌은커녕 오히려 귀찮다고만 느껴지니까.

 

에에!? 귀찮습니까!?

 

...뭐... 알아서 생각하길.

 

 


 

 

어쨌거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제가 먼저 다가갔었죠.

 

그래서 당시엔 나를 데려가려는 목적인건가, 라고 생각했었다.

 

하핫,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었을 것 같군요. 제 목적은 그냥 당신에게 호기심이 생겨서 어떤 메카닉인지 알아보려고 다가간 것 뿐이었지만요.

 

네 녀석이 죽은 녀석 말고 살아있는 녀석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시기였었지.

 

마음만 먹으면 살아있는 분도 바로 저승으로 데려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쓸 수도 있긴 하지만, 굳이 그런 걸 쓸 이유도 없고- 아, 이걸 알려드린 적이 있었던가?

 

...처음 들었는데. 더 무서운 녀석이었군.

 

엥? 이걸 제가 알려준 적이 없었다고요? 그럴리가 없는데... 뭐- 아무튼! 당신을 데려갈 이유는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긴, 다른 맛있는 녀석들이 많을텐데 굳이 나를 데려갈 이유는 없겠지.

 

당신도 충분히 맛있는데요?

 

...흠.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걱정 마시지요- 방해할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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