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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네르-노르 / 녹터너스] 220726

 

 


2022.06.22 - [메카닉] - [네르-노르 / 녹터너스] 220622


 

 

"그러고보니 그 때의 일도 기억나십니까-?"

"그 때가 언제인지."

 

 

이야기는 다 끝난 줄 알았지만, 사실 네르-노르에겐 아직 이야기할 것이 더 남아있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녹터너스의 옆에 가까이 다가가선 거의 기대어있듯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녹터너스는 그런 네르-노르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내심 귀찮아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튼 네르-노르는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치 과거를 추억하는 것처럼.

 

 

"같이 여행을 다니다가, 모든 것이 다 부서지고 무너진 도시를 발견했을 때 말이죠."

"그런 적이 있었지."

"하하, 그쪽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러면 이야기가 더 편해지죠-"

"여러모로 인상적인 곳이었으니까."

"그럼요- 그런 풍경의 영향도 있을 거고, 저희가 당시에 나누었던 이야기도 나름 영향이 있었을 거고요."

"그 때 네 녀석이 어떤 이야기를 했더라."

"어라라, 기억 못 하시는 겁니까?"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하핫, 역시 기억 못하실 리가 없죠? 아무튼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아무런 정해진 목적지 없이 정처없이 떠나던 둘의 여행. 그러다가 마주하게 된 곳은 꽤 오래 전에 멸망한 도시같은 곳이었다. 사방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어떤 건물들은 곧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그런 위태로운 상태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흥미를 가지곤 했었던 네르-노르.

 

 

"이야,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지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네르-노르에게 주의를 주는 녹터너스.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 주의해라."

"그럼요- 제가 이런 모습이어도 주의할 건 다 주의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네르-노르는 그저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녹터너스는 꽤나 진지한 모습으로 이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어쩌다가 이 도시는 이렇게 황폐화된 것인지, 혹시라도 그렇게 황폐화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듯한 느낌으로. 뭐, 녹터너스가 한때 전투병기로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마냥 이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다 무언가 발견한 듯 녹터너스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는 네르-노르. 녹터너스도 그런 손짓에 왜 그런지 조금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네르-노르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네르-노르와 녹터너스의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은 꽤나 시간이 흘러 잔뜩 낡은, 메카닉을 이루고 있을 법한 부품들이었다.

 

 

"이런 곳에 이게 있다니- 좀 놀랍지 않습니까?"

"흐음."

 

 

녹터너스는 그 부품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날 정도로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르-노르는 그런 녹터너스의 모습을 보며 큭큭 웃고 있었는데, 아마 녹터너스가 무엇을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네르-노르가 아닌 다른 메카닉이나 생명체가 보더라도 왠지 그 이유를 다 알 수 있을지도.

아무튼 그렇게 녹터너스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전투병기였던 것 같은데, 주변의 모습을 보면 딱히 여기서 전투가 일어난 것 같지는 않고."

"그렇습니까? 그렇다는 건- 생명체를 지키는 역할을 하던 메카닉이 아니었을까요-?"

"그럴 수 있겠군. 경비 메카닉이라던지."

"생명체든 메카닉이든 그런 존재들을 지킬 존재는 필요한 법이니까요."

 

 

경비 메카닉이라고 추측하며 부품을 살펴보던 중, 녹터너스는 다시 생각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 이 곳에서 유독 녹터너스의 생각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하게 되는 네르-노르는 마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마 녹터너스의 이런 진지한 모습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게 같이 녹슬어버린, 경비 메카닉의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네르-노르.

 

 

"만약 지금까지 만난 존재들 중에서 경비 메카닉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런 적도 없었다는 게 아쉽네요-"

"이승에서인지, 아니면 네가 안내하는 저승에서인지."

"물론 둘 다죠! 생각해보니 저승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도 경비 메카닉은 만난 적이 없네요? 의외랄까나."

"다른 녀석에게 맡겨진 모양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음엔 경비 메카닉을 붙여주지 않을까요?"

"...이승에서의 이야기가 거기까지 들리나?"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적어도 저에겐 안 들리지만- 그쪽 존재들에겐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그런 일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도 참 추억이지 말입니다- 아, 이참에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거든요!"

"무엇이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야기를 꺼내는 네르-노르.

 

 

"그 때 발견했던 부품은 계속해서 기억하고 찾아보셨습니까? 그 이후로도 종종 무언가 찾아보고 그러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그랬었지. 찾아보니 확실히 경비 메카닉이었던 것 같더군."

"호오, 다른 존재들이 남겨둔 기록 중에서 그 도시와 관련된 기록이 있었나보군요?"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꽤나 인상적인 도시라는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더군.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남아있었고."

"그렇습니까-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녹터너스는 자신이 발견했던 자료들을 네르-노르와 함께 보고 싶은 듯 홀로그램을 펼쳐 보여주곤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당시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멀지 않았던 곳이었지. 그래서 그 근처의 분위기와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근처라면- 아무래도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죠?"

"그렇지. 직접적으로 전투에 휘말린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런 위험에 대비해서 미리 대피를 한 듯 보인다."

"참 심오한 이유였군요-"

"그러다 그 경비 메카닉과 같은 몇몇 메카닉들은 계속해서 거기에 남아있었던 것이고."

"나중에 전투가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배치해두는 것도 이해가 되지 말입니다-"

"뭐, 결과는 그렇게 된 모양이지만."

 

 

어깨를 으쓱거리는 네르-노르와 홀로그램을 종료하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녹터너스.

 

 

"언젠가 그 도시에서 살았던 분들을 만나보고 싶지 말입니다-"

"네 녀석이라면 만날 수도 있겠지.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그러는 그쪽도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

 

 

그 곳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그 도시와는 다르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시간은 다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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