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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라이프가드 / 카이덴] 220727

 

 


 

 

보디가드는 생명체를 지키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생명체를 지키는 방법이든, 생명체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구출하는 방법이든... 그런 쪽에서의 다양한 방법을 알아두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동안 보디가드 일을 맡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많았기에 시간이 될 때마다 그런 방법들을 배우고 습득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시간을 내어 그런 방법들을 알아보기 위해 가볍게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에게 보디가드라는 직업을 맡게 해 준 존재들도 그렇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에 언제나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고 휴가를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니... 아무튼, 이번에는 무엇을 배우는 것이 좋을까.

 

역시 물과 관련된 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계곡이든 바다든... 그렇게 물과 관련된 쪽을 좋아하는 생명체를 맡는 일도 꽤 많았으니까. 특히 지금처럼 날씨가 더운 날에는 더더욱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사실 최근 맡았던 생명체 중에서 이렇게 바다로 놀러가자고 이야기를 나눈 생명체가 있었는데, 결국 생명체의 사정상 일이 생겨버려서 취소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다를 갈 뻔 했으니 사고가 날 일 자체가 사라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장소가 있지만 역시 바다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해수욕장같은 곳에서는 그런 곳을 언제나 둘러보며 생명체를 구조하는 직업을 가진 존재가 있을 테니까. 아마 듣기로는 '라이프가드' 라는 직업이라고 하던가, 그 직업을 가진 자에게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방법을 들어볼 예정이다.

 

 

혼자서는 사실상 처음 찾아오는 바다. 많은 생명체들이 이 곳의 햇빛 아래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분명 처음인데도 왠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생명체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넓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라이프가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곳을 담당하고 있는 라이프가드는 나와 같은 메카닉이었다. 다른 생명체였다면 아마 '메카닉이 바다에서 활동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요즘 메카닉은 물 속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발전하는 편이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물 속에 들어가서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발전한 편이었으니, 다른 메카닉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많이 바빠보였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 라이프가드를 찾아가기로 했다. 보통 이런 바다는 정해진 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그 이후로는 다음날에 다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으니 벌써 바다에 있던 생명체들이 다 자신의 거처로 복귀하고 잔잔한 바닷물과 모래만이 이 곳을 채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곳이 바다라서 그런지 주변도 꽤나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가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 주변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맡게 된 생명체가 이 주변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언제든 알려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아무튼, 지금은 그 라이프가드를 찾아갈 시간이다.

라이프가드도 바다를 둘러보며 생명체가 거의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고,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나의 모습에 살짝 놀라면서도 인사를 하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 바다는 더이상 들어오실 수 없는데..."

"바다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너를 보러 왔다."

"네? 저를요?"

 

 

나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멈칫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의외로 이렇게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에 조금 낯설어하는 모습인 것처럼 보였다. 뭐, 공과 사는 구별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일을 할 때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해서 다가오는 건 낯설어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시간에 누군가가 다가오는 건 낯설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네? 저에게서요? 어떤 걸 배우고 싶으신가요...?"

"생명체를 구조하는 방법같은 것을 배우고 싶다."

"아아, 그런 것이라면... 흔쾌히 알려드릴 수 있죠! 그나저나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시길래..."

 

 

라이프가드는 꽤나 흥미로운 듯 처음 보았을 때의 그런 망설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꽤나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보디가드 일을 하고 있다."

"오오... 저와 비슷한 일을 하시는군요. 이해가 됩니다."

"바다와 관련된 일은 알고 있는 것이 없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보려고 시간을 냈다."

"그렇군요! 그러면 어떤 것부터 알려드리면 좋을까... 아!"

 

 

무언가 떠오른 게 있는 듯 잠시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더니 마네킹같은 것을 가져와서는 모래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곤 이걸 보라는 듯 손짓하는 라이프가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먼저 심폐소생술부터 보여드릴게요! 굳이 바다가 아니더라도, 쓸 일이 많은 응급처치거든요."

"들어본 적이 있다. 시범을 보고 싶다."

"물론이죠! 잘 보셔야 됩니다?"

 

 

라이프가드의 심폐소생술 시범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메모리 속에 남긴다. 예전부터 이 응급처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본 건 영상이나 홀로그램 자료였을 뿐 실제로 누군가가 앞에서 이렇게 시범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역시 눈앞에서 보니 더욱 이해가 잘 되고 효과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며 가볍게 박수를 쳐 주었다.

 

 

"좋은 응급처치다. 이 응급처치를 많이 사용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바다니까요. 항상 정확하고 재빠른 대처가 중요하죠! 사실 하나 빠트린 게 있는데, 눈치채셨나요?"

"흐음?"

 

 

자신감이 넘치는 라이프가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이프가드는 가지고 있던 호흡기를 들어보였다.

 

 

"그쪽도 저도, 보다시피 입이 없으니까- 인공호흡은 이 호흡기를 이용해서 대신하고 있어요."

"아아. 잠시 잊고 있었다."

"입은 없지만, 그렇기에 늘 준비는 철저해야 되니까요!"

"공감한다."

 

 

호흡기를 보며 마음 속으로 '나도 저것을 준비해야겠다.' 라며 잊지 않도록 메모리 깊은 곳에 남겨두고 있다. 다른 존재에게서 배우는 것들은 늘 이렇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언젠가는 꼭 실천하게 될 상황이 생기곤 했다. 아마 이렇게 배운 것도 머지않아 사용하게 될 날이 오리라.

그렇게 라이프가드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가 살짝 시선을 돌려 라이프가드의 몸을 구경했다. 뭔가 지금까지 만난 메카닉들의 대부분이 저렇게 몸이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 메카닉들을 만드는 것에 저런 욕망이 들어가는 것일까- 하고 조용히 생각한다.

 

 

"몸이 좋아보인다.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을 하자 라이프가드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를 유심히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예? 아아,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그나저나, 그 쪽도 몸이 좋아보이네요! 따로 관리를 하시나?"

"나름 운동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로봇에게 운동이 효과가 있냐고 묻는 생명체도 많았다."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말을 꺼낸다. 어쩌면 늘 하던 말이긴 했는데, 이 라이프가드는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은 궁금해지는 말이기도 했다.

 

 

"보디가드는 늘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꽤나 흥미로워하는 라이프가드의 모습이 보인다.

 

 

"마인드가 멋지네요! 저도 배워보고 싶은 마인드랄까..."

"원한다면, 같이 운동해보고 싶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라이프가드의 상황을 몇 시간 전부터 봐왔던 만큼 실제로 같이 할 시간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뭐,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라이프가드에게서 다양한 응급처치도 배우고, 한편으로는 서로의 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을 정도로 어느새 태양이 노을지고 조금씩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것 같은 시간이 되었다.

 

 

"어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

"꽤나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러게 말이예요. 그쪽은 따로 머무를 곳이 있나요?"

"크게 생각한 곳은 없다."

"그러면... 오늘은 제가 머무르는 곳에서 같이 머무르다가 가실래요?"

"좋다. 다양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

"저야말로, 그쪽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니까요."

 

 

라이프가드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그제서야 떠올라서 뒤늦게나마 나의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카이덴이라고 한다."

"카이덴! 좋은 이름이네요. 저는- 그냥 라이프가드라고 부르세요! 그게 편하잖아요?"

"알겠다. 나중에 또 이름을 알려줘도 좋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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