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히드/옵시디언/제니스] LEVEL : OBSIDIAN -VER. α-

"흠, 무슨 일이냐?"

"아, 형 왔구나? 그러니까…"

동생 녀석이 잠시 이 몸을 부르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해서 왔는데, 제니스가 좀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고. 흠?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괜히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삼아 말하긴 했지만 동생 녀석은 아무래도 농담으로 받아들이긴 좀 애매한 기분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 주면 되냐고 물어보니 자기 자신을 대신해서 잠시 제니스를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뭐… 그런 걸 이 몸이 할 수 있을까.

"이 몸이 제니스를 좀 살펴봐 달라?"

"응. 내가 좀 바빠서 부탁할 사람이 형밖에 없더라구."

"다른 녀석들은?"

"타코야키랑 엘레멘트는 잠시 옛날 추억을 떠올려 보겠다고 바다로 갔거든. 그래서 남은 게… 형밖에 없어!"

"쳇, 이 몸도 그렇게 느긋한 존재는 아니지만, 동생이 부탁하니 딱히 거절할 수가 없군."

"고마워, 형! 돌아오면 꼭 형에게 줄 것도 챙겨올게!"

"됐고 네 녀석 몸관리나 잘 하라고."

이제서야 동생 녀석은 마음을 편하게 가진 듯 정말 느긋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제니스가 어디에 있는지는 가르쳐주고 가야될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가 굳게 닫혀있는 문을 보고 그냥 불사조의 감으로 저기에 제니스가 있겠구나- 라고 예상하며 정말 과감하게 문을 열었지. 그리고 예상대로(…라고 해야될까) 제니스가 누워있는 것이었다. 흠, 겉으로는 그렇게 많이 심각해 보이는 상태는 아닌데, 그렇다고 안 아파보이는 건 아니었고.

"아, 옵시디언…이라고 했던가?"

"그건 그렇다 치고, 어디가 그렇게 아픈거냐."

"이상하게… 목이 조금…"

"엥, 목이 아프면 일단 지금 이 몸과 이야기하는 건 뒤로 미루는 게 어떠냐?"

"이 정도는…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보이니까 이러는거지."

제니스가 뭔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길래 거기에 무엇이 있나 보았더니 칠판같은 게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기엔 목이 많이 아프니까, 대신 글로 적어서 표현하겠다- 이 뜻이지? 그래, 뭐- 목 아픈데 계속 말 시키기도 좀 그러니까. 칠판이랑 뭐 칠판에 적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을 가져다주니 받자마자 무언가 적기 시작하더니 이 몸에게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내가 아프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그거? 동생 녀석이 제니스가 아프다고 하길래 나보고 좀 대신 살펴봐달라고 하길래."

「안 바빠? 괜히 내가 시간만 잡아먹고 있는 거 아니야?」

"이 몸 걱정보다 너 몸 걱정이나 먼저 하시지."

음… 확실히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는다. 며칠은 갈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동생 녀석이랑 서로 교대해가며 상태를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제니스는 이 몸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았다. 계속 칠판에 이 몸에 대한 질문을 적어가며 궁금한 것들을 묻고 있었는데, 몇몇 질문들은 다른 존재들도 이 몸에게 자주 묻는 흔한 질문들이었고, 몇몇 질문은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어서 조금 흥미롭기도 했다.

「근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뭐냐."

「옵시디언의 재앙으로 내 고통을 없앨수도 있지 않을까?」

"…풋, 고통과 동시에 존재도 없어질 텐데."

「아… 그런가? 근데 히드에게서 듣자하니 다시 살려낼 수도 있다곤 하던데?」

"다시 살려낼 수는 있는데, 질병을 회복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만."

「에… 사실 조금 기대했는데.」

"이 몸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진 말라고. 불사조라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으니까."

뭐, 솔직히 이 몸이 질병마저 전부 없애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러면 반대로 질병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능력도 동시에 가지게 되기 때문에… 기각. (사실 이 능력을 오히려 더 잘 써먹을 확률도 없진 않겠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이 몸도 슬슬 입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