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9 - [케로로/자캐] - [자캐 - 히드/옵시디언/제니스] LEVEL : OBSIDIAN -VER. α-
근데 분명 목이 아파서 그냥 누워있는 건데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아예 몸살이라도 나서 누워있는 줄 알겠다? 물론 뭐… 목이 아프니까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지 조금 몸살기운이 난다고는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것 마냥 보이는 건 절대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아프면 잠이나 잘 것이지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나게 심심한 것 같다. 그래, 이 몸이 특별히 좀 어울려주는 게 좋겠지.
"정말 목만 아픈 거 맞냐?"
「살짝 몸살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
"엥? 그럼 지금 이 몸이랑 이야기할 시간이 아니고 잠이나 자야 되는 거 아니냐?"
「싫어! 지금 자면 나중에 못 자니까 심심해져!」
"아- 예- 그러세요?"
「지금 나랑 이야기하는 거 엄청 귀찮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무, 무슨 소리냐! 이렇게 보여도 이 몸이 얼마나 네 녀석을 생각하고 있는데!"
「신경쓰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요즘 네 녀석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신경쓰이긴 했다고."
「흐음- 의외인걸-?」
"…마음대로 생각하셔."
그렇게 이 녀석과 꽤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동생 녀석이랑 같이 있었을 땐 듣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몇몇 알게 되었다. 물론 혼자서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비겁하니까, 이 몸의 과거도 슬쩍 알려주었지. 물론 이 몸의 과거는 대부분의 녀석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몸이 퍼뜨린 과거는 기억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제니스는 이 몸의 과거를 들으니 여러 의미로 꽤 많이 놀라는 것 같았다. 그래, 뭐- 누구나 다 신기해하지. 이 몸이 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지금 이 모습으로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거 아니겠냐.
「과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옵시디언의 과거 모습이 조금 궁금한데.」
"예전의 이 몸과 지금의 이 몸은 꽤 많이 다른 모습이었지."
「사진같은 건 없어?」
"유감이지만, 지금 이 모습으로 변하면서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는 것들은 전부 소멸해버렸달까? 그래서 이 몸의 머릿속 기억으로만 남아있지."
「에- 아쉽네. 조금은 궁금했는데.」
"시간이 되면, 누군가에게 이 몸의 과거 모습을 좀 표현해 달라고 부탁해볼까 싶은데. 그 때까지 기다리시던가."
「오오, 언제!?」
"글쎄… 그건 이 몸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과거를 생각하니까 어떤 과거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고, 또 어떤 과거는 다신 생각하기 싫은 악몽에 가까운 기억이고…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가끔 어떤 녀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왜 저 녀석은 아직도 과거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지금은 다 이유가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예전의 이 몸을 꾸짖기도 했다.
예전의 이 몸은 지금의 모습보다 더욱 더 무례했구나- 지금도 그렇게 착하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말이야.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중간 목을 풀어주는 제니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보단 꽤 목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예 말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벗어난 것 같으니 조금은 안심이라고나 할까.
…애초에 이 몸이 왜 다른 녀석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옵시디언은 은근히 착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흥, 농담도 잘 하네. 이 몸이 어디가 착하다고 그래?"
「그래도 이렇게 계속 옆에서 상태를 확인해주고 있잖아?」
"뭐… 그건… 할 일이 없어서일 뿐이다!"
「할 일이 없다고 해도 관심 없으면 아예 여기에 있지도 않는다구.」
"그, 그냥 가버린다!?"
「사실 가도 할 거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니군…."
자신의 장난감이 된 것 같아서 기쁜지 제니스는 이 몸을 괴롭히며 피식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 그래. 이번 한 번만 특별히 아무런 짓도 안 할 테니까 마음껏 건드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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