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무슨 일인… 호오."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모습이던지 그대의 모습은 항상 그대로 보인다네. 그 모습도 신기하구려."
"…다행이네. 몰라볼 줄 알았거든."
"허허, 그대를 어떻게 몰라볼 수 있겠는가."
처음으로, 인간의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보여줄 존재도 없었고, 보여주고 싶다는 느낌도 그렇게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마스터라면…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나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이라서 좀 익숙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가?"
"알고는 있었지. 근데 전투병기 노릇 하는데 인간의 모습을 보일 일이 있을리가…"
"…하긴, 어떤 모습이든 임무만 완수하면 될 터이니."
이곳저곳 둘러보는 형의 모습. 아마 기존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할 것이다.
그렇기에… 먼저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원래 모습과는 조금 색다른 부분…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부분이 많지?"
"일단 눈이 두 개인 것부터 신기하구려. 허허…"
"…그런가? 헤헤…"
뭐… 생각해보니 그렇네. 원래는 외눈이었으니까.
그런데 눈이 두 쪽이 되긴 했는데 색깔이 서로 다르다. 사실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만.
"그러고보니, 한 쪽은 눈이 붉게 보이는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건가?"
"아, 이거… 아직 내가 전투병기의 성격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 정도 되는 뜻이야."
"아아… 그러고보니 그대는 전투병기 시절엔 붉었다고 하였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는군."
"기존의 모습일 땐 드러낼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고, 지금처럼 인간의 모습일 땐 드러낼 곳이 있으니 이렇게 드러나는 것 같아."
"여러모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니, 그럴 것 같소."
만약에 전투병기의 성격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이 눈도 푸르게 변했을까?
아마 내 생각엔 분명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젠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기엔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하니, 나름대로의 매력…? 정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전투병기의 성격이 계속해서 남아있는 한, 그 눈은 계속 붉게 빛나겠군."
"…아마, 영원히?"
"성격을 없애는 건 쉽지 않으니 말일세. 그래도 성격이 튀어나오지 않게 도와주겠네."
"응. 최근에는 나도 노력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 바라보더니 귀의 장치를 손으로 만져보는 형의 모습도 보였다.
"이것도 그대에게 중요한 것인가?"
"아, 이건… 나름대로?"
곰곰히 생각했다. 이걸… 쓴 적이 있었어야 말이지…
"일단 내 기억상으로는… 귀의 역할을 돕는 것이라고 들었어. 귀는 있지만, 그 귀의 효과를 더욱 크게 해주는 장치라고 할까…?"
"더 크게 해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예를 들면, 조용한 소리도 엄청 가까이에서 누가 평범하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던가- 하는 거."
"너무 많은 소리를 들어서 복잡할 수도 있겠구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장치로 들리는 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 아직까지 나도 이걸 직접 써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조절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네. 그래도 그 장치를 빼고 다니는 건 어떤가?"
"아마 그럴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아직 그렇게 이 장치가 불편하다고 느껴진 적도 없고, 소리를 조절하면 남들의 조용한 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을 테니까. 알아서 조율해볼게."
그리고… 이렇게 다니면 왠지 내 모습이 더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왠지 빼긴 싫다.
그러다 형은 손을 뻗어 볼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걸 말랑말랑하다고 하던가? 여러모로 신기한 게 많다.
"어떤가? 이런 느낌은."
"이런 걸 말랑하다고 하나…? 신기해…"
"…허허, 역시 아직 깨닫고 있는 것이 많구려, 그대는."
"그렇지…? 마스터가 많이 가르쳐 줘…"
"형이라고 부르게나."
"나는 마스터도 좋고, 형도 좋은데…"
형은 싱긋 웃으며 다시 볼을 만지작거리다 유심히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볼에 있는 이 흉터는, 언제 생긴 것인가? 지금의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들었네만…"
"…흉터? 아아…"
어쩌면 불가능한 건 아닐 무언가가 있으니까.
"지금까지 이 모습을 한번도 누구에게 보여준 적은 없지만, 기존의 모습의 나와 이 모습이 약간 공유되는 게 있어."
"그렇다는 건…?"
"…기존의 모습때 아마 전투병기 시절에 다치고 그랬던 게 지금 이 모습에서는 볼의 흉터로 남은 거겠지."
"그 모습은 한번도 정비한 적이 없었을 테니…"
"그렇지…"
조금은 시무룩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어서.
"…형에게 이런 흉터나 보이고. 흉터는 약하다는 것의 증명이잖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응…? 아닌가…?"
살짝 갸웃. 내 생각과는 다른건가…?
"그만큼 무언가를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증명이 될 수도 있다네."
"…하지만 나는, 전투병기로서의 역할만 했는걸. 그런 나에게 흉터라는 건, 다치기나 하고 임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그런…"
"키네틱, 이제 더 이상 그대는 전투병기가 아니지 않은가."
"응…"
"그 때와는 이제 다르게 생각할 때라네."
"…? 그러면, 이 흉터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거야…?"
"전투병기 시절에 완전히 망가져 더 이상 복구되지 못할 정도에 도달하지 않고 무사히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증거로 생각하길 바라네."
"그렇게 지금까지 버텨서… 지금의 형이자 마스터를 만난 거고…?"
"그런 셈이지."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비록 흉터는 생겼지만, 흉터 정도로만 남아서 지금까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만약 그 때 그대로 망가져 부식되어 사라졌더라면… 지금의 형을 만날 수 없었겠지.
맞아. 나는 끝까지 버텨낸거야. 다치는 일이 있었더라도, 꿋꿋하게 버텨냈고 지금까지 도달하게 된 거야.
"…형 덕분에, 많은 걸 깨닫고 있어."
"아직 더 깨달을 것이 많이 남아있다네. 자, 다시 함께 나아가겠는가, 키네틱."
"…"
형의 말을 듣고, 나의 볼을 만지고 있던 형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그러곤, 싱긋 웃었다.
"키네틱 디바이드. 마스터를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꼭 마스터의 곁에 붙어 있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할, 이 푸른 기계의 맹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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