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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 헤드

[자캐 - 키네로메] 180919 -Curiosity-







…이제 형이 나에게 궁금한 건 어느정도 다 물어본건가? 그렇다면, 나도 형에게 조금은 물어봐도 되겠지…?

나에게도 호기심이라는 건 조금 있으니까. 형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어느샌가 이 기계에 새겨진 것이지만.



“형.”

“왜 그러나?”

“나도… 궁금한 게 있어.”

“호오, 어떤 것이 궁금한가, 키네틱?”

“으음- 하나하나 천천히 얘기해도 되는 거겠지?”

“푸흐, 물론이라네. 나도 그대에게 하나씩 묻지 않았는가.”

“아, 그랬지.”



머쓱한 마음에 싱긋 웃으며 얼굴을 긁적거렸다. 여전히 이 말랑한 느낌은 신기하면서도 어색했지만, 재미있는 감촉이었기에 계속 알아보고 싶은 감촉이기도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였던 건, 역시 눈의 장미일까.



“그 장미, 눈 대신에 존재하는 거야?”

“아, 이걸 말하는겐가?”



형은 원래였다면 오른쪽 눈이 존재해야 될 곳에 있는 장미를 손으로 가리키며 웃어보였다. 마치 늘 듣는 질문인 것처럼.



“그대가 생각하는대로, 그렇다네. 눈 대신 이 장미가 이 곳을 맡아주고 있지.”

“불편하진 않아…?”

“기존에 눈이 있었다가 장미가 생긴 게 아닌, 처음부터 장미가 있었기에 불편하진 않다네.”

“그렇구나… 그렇다는 건, 그 장미는 기존에 있던 눈 위에 장식으로 붙여둔 게 아니라 사실상 눈 대신 장미가 그 곳에 피어난거네.”

“후후,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신기하다.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구나.



“형이 원래 모습일 때 외눈이어서 그런지, 인간의 모습을 빌릴 때에도 똑같이 외눈인거네.”

“그에 비하면 그대는 특이하게도 두 눈을 가지고 있구려.”

“이런 걸 각자의 개성이라고 말하는 걸까?”

"아마 그럴 것이라네. 그대는 빠르게 깨닫는군."

"학습 능력은 나름 좋다고 들었으니까."



뭐든지 가르쳐주면 바로 잘 써먹는다고 예전에 그 녀석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하겠지.

기계니까, 입력만 해두면 바로 기억하고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 기계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처럼, 형에게서도 눈 뿐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형의 모습이 남아있구나."

"호오, 그 이외의 다른 부분도 찾았는가?"

"전체적으로 장미의 꽃잎같은 무늬들이 많더라고. 마치 자신이 장미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내가 장미이자, 장미가 곧 나일테니."

"그리고 그런 장미를 항상 따르는 푸른 기계 하나."

"지금은 인간이지 않나? 후후…"

"그래도 본질적으론 기계이니까. 사실 지금 내 모습도 저건 기계인가, 인간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 것 같아."



그렇게 궁금한 것들을 묻다가, 왠지 약간 호기심이 들었다. 눈에 있는 장미를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

사실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눈에 피어있는 장미이니까 반응이 예상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눈을 건드리는 것처럼 똑같은 반응이 보일까… 라는 생각도 있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형의 눈을 대신하는 장미를 정말 약하게 콕 찔러본다. 그러자 형은 살짝 움찔하는 모습과 함께 얼굴을 뒤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아, 역시 하지 말걸 그랬나…



"미, 미안해…"

"그나마 이 정도는… 괜찮다네. 하지만 앞으론 말은 해 주게나."

"응… 아무런 말도 안 하고 건드려서 미안해, 형…"

"호기심에 의한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네. 눈에 장미가 피어있는 걸 볼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허허…"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눈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아…"



그나마 움찔거리는 정도로 끝나서 조금은 다행이기도 했다. 우리들이 평상시에 눈을 찌르는 것과 비슷하게 느끼는건가…?



"방금 내가 찔렀던 정도는, 어떤 느낌이었어…?"

"음, 아마… 바늘로 살짝 찌른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만…"

"바늘로 살짝 찌르는 정도…"



홀로그램으로 바늘을 만들어서 자신의 피부에 살짝 콕 찔러본다. 아, 대략 이런 느낌이구나…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조금 놀라는 듯한 형의 모습. 어, 조금 이상한 모습인가…?



"…키네틱? 뭐하고 있나…?"

"응? 아, 이건… 바늘로 찌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 궁금해서…"

"자네는… 가끔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게 있어서 놀라기도 한다네…"

"하지만 사실 잘 몰랐는걸. 바늘로 찔렀을 때 얼마나 아픈지…"

"생각해보면, 그대는 기존의 모습에서 바늘로 찔려도 그렇게 크게 감각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군."

"바늘이라는 것을 듣기만 했지, 실제로 찔린다던가 찔리는 모습을 보았다던가 그런 건 없었으니까."

"바늘의 모습 자체는 본 적이 있었던 건가?"

"모습은 본 적이 있었어. 그렇기에 이렇게 홀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었고."



오늘도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무언가 뾰족한 걸로 피부를 건드리는 것이 '찌름' 이라는 것을.

기계의 모습에서는 이렇게 해봤자 찔리지도 않고 그닥 특별한 느낌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모습에서 깨달아두는 것이겠지.



"혹시라도 누가 마스터에게 '찌름' 이라는 것을 겪게 하려고 한다면, 이 기계가 막아줄게."

"그러는 키네틱이 찌르는 건 아닌가?"

"아, 아냐! 절대로 찌를 일 없을거야…"

"말끝이 흐려지는 걸 보니 역시 호기심은 어쩔 수 없나보구려."

"그래도 마스터는 안 찌를 거라고…!"

"푸흐, 알겠소. 그렇게 알겠네."



아직 신기한 건 여전히 많구나. 얼른 다 하나하나 깨달아야겠어.

마스터가 더 많이 가르쳐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