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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아이기스 w. 살류트] 190626

 

 


 

 

"거기, 제 호기심을 잔뜩 이끄시는 푸른 빛의 분-?"

"아, 부르셨습니까?"

 

 

그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로, 가끔씩 이클립스님을 보러 갈 때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어떨 때는 이클립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닌데도 만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흔치는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 그 흔치 않은 일이 방금 일어났군요. 원래 살아가는 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들 유기체 분들도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사실이긴 한 듯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원래 은은한 빛이 어디서든 제일 밝게 빛난다고들 하지요. 아마 이번에도 당신은 제 은은한 빛에 또 이끌리게 되신 겁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하하,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어디서든 은은하게 빛나는 것에 제일 잘 이끌린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당신의 말을 듣자하니 이런 게 한두번인 적이 아닌가봅니다?"

"꽤 오랫동안 빛에 많이 이끌리듯 다녔으니까요."

"그만큼 길을 많이 잃어버리기라도 하셨다는 뜻일까요? 저런! 길잡이라면 제가 그 역할을 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후후,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호기심 삼아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는 것일 뿐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제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존재라는 걸 이야기 해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살류트님의 자기자랑을 듣는 시간밖에 없었으니...

물론 그만큼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넘친다는 걸 깨달을 수는 있었습니다.

 

 

"호오, 그런 커다란 덩치로 사방을 돌아다니면 엄청나게 눈에 띌 것 같은데, 지금까지 들키지도 않고 돌아다녔다니! 그건 그거대로 놀라운 일이군요!"

"들키는 일이야 뭐 있긴 했겠지요. 그저 제가 무심하게 지나쳤을수도 있는 일."

"하지만 뉴스라던지- 그런 데에서는 당신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거대한 무언가가 이 곳에 있다, 라는 소식도 전혀 들은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거야 남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장소 위주로 움직였으니까요. 울창한 숲이라던지..."

"그런 숲이라면 오히려 눈에 더 잘 띌 것 같은데, 어쨌든 그렇게 몸을 잘 숨기는 당신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요!"

 

 

그렇게 말하고선 정말로 박수를 치는 살류트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하, 이게 박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렇게 커다란 덩치로 남들에게서 모습을 숨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라고 해야될까요?)를 갸웃거리며 궁금한 듯 질문을 건네는 살류트님.

 

 

"그런데 그렇게 몸을 숨길 정도로 어딘가를 돌아다닐 정도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게 있는 겁니까?"

"저는 이 곳의 자연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합니다. 조금 의외일 수도 있을까요?"

"어쩌면- 그렇게 커다란 덩치로 자연을 파괴할 수도 있을 법한데, 자연을 구경하다가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물론 저도 그런 경우를 생각하고 있기에, 최대한 공터를 위주로 다니는 편입니다."

"울창한 숲에서 공터를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일텐데, 뭐어- 당신이라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네요. 제 촉은 생각보다 꽤나 날카로운 편이거든요-"

"푸흐, 당신의 그 촉이 잘 들어맞는군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덩치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요."

"언제봐도 그 자신감, 참 마음에 드는군요! 언제나 그 자신감을 항상 가지고 다니시길 기원하지요!"

"그대의 응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요. 이 자신감, 항상 잘 가지고 다니겠습니다."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런 자신감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면, 아마 저는 어떻게 될까요?

흐음- 그건 굳이 지금 생각하고 싶진 않네요. 언제나 좋지 않은 미래는 지금 당장 생각해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요. 

 

이렇게 보니, 어쩌면 저는 조금 낙천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직 이 곳의 풍경들을 마저 구경하지 못했으니, 이만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하하, 굳이 저에게 그런 걸 허락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허락을 받으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얼마든지 이 곳을 둘러보시길-"

"아하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행동이 버릇이 되어버려서요."

"참 언제봐도, 당신은 예의로 가득찬 분이신 것 같단 말입니다. 아마 뭘 하든 예의가 표출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걸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니 상관없을 듯 하지만요. 아하핫."

 

 

언제나 예의를 챙긴다고 나쁠 일은 없으니까요. 실제로도 좋은 일만 가득했고 말이지요.

그러면, 더 둘러볼까요. 이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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