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를 하지."
"오늘도 좋은 걸 가져오셨군요."
언제나 전설 조각이나 다른 재료들이 급하게 필요할 때가 있죠. 그럴 때마다 거미님께서 큰 도움이 됩니다.
"...멋지군. 취향이 고상하셔."
"멋진 건 역시 거미님이 아닐까요? 이렇게 다양한 걸 언제나 준비해 주시니."
그리고 덕분에 오늘도 잔뜩 챙겨갑니다.
거래는 역시 이렇게 해야지요.
"이 해안에 올 때마다 좀 더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존재들이 많았으면 좋겠단 말이지."
"수호자가 너무 호의적이라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나요?"
"...그런가? 뭐, 어쨌든 호의적인 존재가 많았으면 좋겠어."
"그건... 그렇긴 하네요. 그러면 조금 덜 공격을 받을 수 있을텐데."
여전히 적대적인 존재들이 많았지만(...아니, 사실상 적대적인 존재들 뿐이지만.) 언젠가는 호의적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직까진 큰 욕심일까요?
그래도 욕심이나 야망같은 건 크게 가지면 좋다고, 다른 수호자 분들께서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지만요.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고스트와 나누다가, 문득 호의적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니 그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분들, 정말 훈훈해 보였지."
"그 분들이요? 아하, 누군지 알겠네요."
익스플로러는 잠시 몸체를 굴리며 다시 저를 바라보았지요.
"엘릭스니, 말하는 거 맞죠?"
"뭐- 엘릭스니든 몰락자든, 그냥 편한대로 부르자고."
"그래도 엘릭스니가 좀 더 낫지 않나요? 뭐, 수호자가 편한대로 불러도 다 알아듣긴 하지만요."
"지금까지 본 엘릭스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지."
"맞아요. 그렇게 신기한 분들이라고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근데 처음엔 역시 조금은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나봐."
"사실 수호자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럼. 당연하지."
...지금까지 저희들이 좋은 목적으로써든, 나쁜 목적으로써든 해 온 것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게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지. 그냥 멀리서 지켜봤을 뿐."
"다행히 저희들을 크게 의식하진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죠."
"맞아. 그래도 덕분에 두 분의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 사실..."
"처음엔 두 분인 줄 몰랐어."
"어? 수호자도 그랬나요?"
"너도 그랬구나?"
한 분은 덩치가 엄청 크셨고, 다른 분은 그 덩치에 완전히 숨어들 수 있을 정도였기에... 그 덩치 큰 분께서 껴안으시면 조그마한 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정도였거든요.
실제로 저희들이 그 두 분을 보았을 때도 커다란 분께서 껴안고 있는 상태였었고, 뒤늦게서야 다른 분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지요.
생각해보면, 그런 모습 자체가 훈훈하지요. 그렇게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 아니겠습니까.
특히 같은 종족으로 만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다 극복하고 만난 것이니까요.
"정말 대단한 분들이야."
"그렇게 계속 행복하셨으면 좋겠단 말이지요."
"그렇지?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같이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싶어."
"하여간, 역시 수호자는 호기심이 많아요."
"궁금한 건 알아내야지.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말이야."
"몸조심해요. 언제든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럼. 걱정하지 않게 노력해 볼 테니까."
두 분은 그나마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그렇게 훈훈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일테고, 저희들은 갑자기 찾아가면...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누군가가 다가가지 않으면 분명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 수 없을테고, 여러모로 정말 위험한 도전이기는 합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위험하다고 해서 피하기만 하는 존재도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정말 마음을 제대로 잡고... 조금씩 움직여야 겠습니다.
"제가 수호자의 호기심을 어떻게 억누르려고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그럴걸. 지금까지 그렇게 시도해 본 적도 없었잖아?"
"못 하는 걸 아니까요."
그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걸 허락해 줄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영원히 모르는 일로 두고 싶지 않기에.
혹시라도 제 이런 호기심이 방해가 된다면,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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