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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시끄러워. 또 어디선가 싸움이라도 발생한 건가. 이 근처는 지나갈 때마다 싸움소리가 들려서, 오죽하면 이 몸이 싸움의 거리라고 별명까지 붙여줄 정도라니까. 특히 늦은 밤만 되면 단체로 싸우러 몰려오니까, 가끔은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면서도 한 편으론 맨날 싸워대니까 지루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오늘은 이상한 녀석이 뜬금없이 이 몸에게까지 시비를 걸어와서 간단하게 낫질 몇 번으로 시비 건 녀석을 처리하고, 그 녀석의 친구쯤 되는 녀석들도 이 몸의 낫질에 겁먹고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까불거면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까부시던가. 조무래기도 안 되는 녀석들이 나대는 모습을 보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니까. 좀 재밌는 녀석 없나.
몇몇 녀석들은 이 몸의 모습을 보곤 꽤 재밌을 것 같다면서 이쪽으로 오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이 몸은 플루토와 함께 할 때가 제일 즐겁거든. 그리고 사냥같은 건 혼자서 해야 제맛이지. 적어도 누군가와 배분해야 될 필요라던가 그런 게 없잖아. 그래서 거절하고 그저 이 몸이 사냥하는 모습이나 잘 구경하라고 말해주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래봤자 다음날에도 그 거리를 지나가야 되지만.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그날 밤도 여전히 싸우는 녀석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심각한데, 그래도 어떻게든 싸움이 끝이 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싸움이 끝난 것 같은데, 마침 누군가가 그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아서 이 몸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미하일이 비틀거리며 무리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오늘따라 싸움이 좀 심하긴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미하일의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누군가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바로 쓰러질 것 같았는데, 자신의 창으로 어떻게든 서 있는 모습이 이 몸이 빨리 부축해줘야 될 것 같았기에 옆으로 다가가서 미하일을 부축해준다.
"…아, 옵시디언님…?"
"뭐야, 왜이렇게 상처가 심해?"
"오늘 벌어진 싸움이 좀 커서, 이 싸움을 말리다가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녀석들은 하루종일 귀찮게만 한다니까."
잠시 근처에 있는 벤치에 미하일을 앉히고 그 옆에 이 몸이 앉아서 미하일의 상처를 붕대와 이 몸의 깃털로 만든 검은 천같은 것을 이용해 이 몸이 늘 하던대로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의사라던가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이 몸의 손이 닿은 녀석들은 상처 하나 없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니까, 주변에서 상처가 생길 때마다 이 몸에게 오곤 했거든.
"…이런 거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런 말할 처지가 아니라구. 미하일이 봐도 자신의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는 건 잘 알잖아?"
"그래도 혼자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친구니까, 친구라면 이런 일이 있을 때 나서서 도와줘야지."
"…친구라는 건 그런 것입니까?"
"이런 것도 친구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구."
예상했던 것보다 도구들을 꽤 많이 쓰긴 했는데, 그래도 미하일이 완전히 회복될 수만 있다면 이런 도구쯤은 마구마구 써도 상관없어. 어차피 필요할 때마다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들이니까, 그렇게 이 몸도 도구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도 않고. 미하일은 자신의 몸 곳곳에 있는 붕대나 검은 천같은 것을 보곤 꽤 어색해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많이 쓰인 건 아마 처음이라서 그럴거야."
"정말 이렇게 있으면 상처가 회복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이 몸이 만든 도구들은 평범한 도구들보다 회복 속도가 엄청 빠르거든. 다들 그래서 상처가 생기면 이 몸에게 오기도 하고."
"혹시 저 때문에 도구들을 너무 많이 쓴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괜찮아.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 수 있어서 도구의 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이렇게 계속 도움만 받아서 민폐인 건 아닌지, 조금 죄송한 기분이 듭니다."
"친구인데 민폐라니! 친구 사이의 도움이라구-♪"
제일 먼저 도구를 썼던 부위를 슬쩍 들어내자, 분명히 존재했던 상처가 벌써 다 나아버린 모습이 보였다. 미하일도 처음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가 상처가 나은 모습을 보곤 꽤 신기해하는 듯 보였다. 다들 이런 반응이라서, 반응을 볼 때마다 이 몸은 싱긋 웃음이 나왔다. 뭐랄까, 장난을 친 것도 아닌데 막 미소가 지어지면서 웃음이 나더라구.
"…벌써 이렇게 상처가 나을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몇 분 후에 붕대랑 천이 둘러싸여 있는 곳을 풀어보라구. 아마 전부 나아있을 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으면 전부 도와줄게!"
"그건… 너무 옵시디언님을 귀찮게 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안 귀찮아! 오히려 이 몸이 즐겁기만 한데-♪"
아직 한참 남아있는… 아니, 방금 즉석으로 만든 도구들을 보여주며 미하일을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미하일도 같이 웃는 듯 보였지만 겉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친구니까 알 수 있어. 미하일은 분명 이 몸에게 엄청 고마움을 느끼며 마음 속에서라도 싱긋 웃고 있다는 것을.
언제든 도와줄게. 친구잖아?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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